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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열악" vs "소비자 편의" 은행 시간표 '갈등의 골'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2.02 15:13
수정 2023.02.02 16:13

영업시간 회귀 …노조 "경찰 고소"

연봉 1억·성과급 잔치에 '눈초리'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약 1년 반 만에 단축 영업을 종료하고 영업시간 정상화에 돌입한 1월 30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30분 늦게 열고 30분 일찍 닫던 은행 영업점의 시간표가 마침내 예전처럼 돌아왔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금융 노동조합은 초과근무 등 열악했던 노동 환경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고민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되돌렸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영업점의 운영시간은 소비자 편의성과 직결된 사안인데다, 경기 침체 속에서 은행만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눈초리까지 받는 상황인 탓에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영업시간 원상복구를 두고 "노사합의 위반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사용자 측을 경찰에 고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이날부터 영업점 영업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날에 맞춰 영업 시간을 정상화하라는 사용자 측 권고에 은행권이 따르기로 한 것이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복구로 직원들의 노동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측은 코로나19 기간 국내 은행 영업점포가 13%, 직원 수도 8% 줄면서 은행원들의 근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강조한다. 근무시간 유연화나 주 4.5일제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오로지 영업시간만을 되돌리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그나마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기간동안 시행된 영업시간 단축은 급감하는 점포 수와 고용총량 속에서 남은 은행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숨통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가 30일 서울 중구 회의실에서 은행권의 영업시간 원상복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은행 영업시간은 금융소비자 편의성과 직결된 문제라 항상 첨예한 이슈였다. 특히 한 시중은행이 지난해 12월 점심시간 휴점 제도를 시행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해당 제도는 은행원들이 교대로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1시간 동안 아예 은행 문을 닫고 동시에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직원 휴게 시간을 보장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시간이 단축된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소비자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은행은 군부대 내 출장소 등 9개 점포에 한해 시행할 예정이며, 관련 영업점들은 직원이 2명 뿐이라 교대 근무 시 보안상의 문제가 있어 점심시간 동시 사용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영업시간 원상복구를 반대하는 금융노조의 주장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애초 평일 운영 시간은 대부분 직장인들이 근로활동을 하는 시간이라 은행에 갈 시간도 부족한데, 최근 영업점이 줄면서 대기 시간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조치를 전제로 영업시간을 줄였으면, 이들 제도 변화에 따라 다시 영업시간을 돌리는 게 상식적이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아울러 은행권은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덕으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출금리가 오른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가운데 은행은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면서, 소비자 편의는 안중에 없다는 비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국내 은행권의 누적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3% 증가했다. 덕분에 국민·신한·하나 등 주요 은행은 각각 통상임금과 기본급에 300~4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5대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일찌감치 1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기준 국민은행 1억1074만원, 신한은행 1억529만원, 하나은행 1억525만원, 우리은행 1억171만원, NH농협은행 1억162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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