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처리 후 정국은 거대한 포퓰리즘의 심연
입력 2023.02.03 05:05
수정 2023.02.03 09:06
진보파의 착각, 이재명이 기사회생할 것
보수의 착각, 사법 처리후 모든 것 정상화될 것
세계는 정치적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 가능성 커져
구체적이고 실질적 현안에 천착하고 능력 발휘해야
이재명 사법처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사법처리가 끝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사람들은 이재명이 사법 처리되면 정치가 정상화되고 본격적으로 나라 전체를 바로세우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금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는 55~60%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이 수치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여론은 이재명 사법처리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사람들은 진영에 갇혀 있고 각 진영 사람들은 진영 내부에서 회자되는 근거 없는 희망에 묶여 있다. 이재명이 기사회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진보파의 착각이라면 이재명만 사법 처리되면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수의 대표적인 착각이다. 이재명 사법처리 이후 기다리는 것은 정치의 정상화가 아니라 포퓰리즘의 거대한 심연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현황을 보면 될 듯하다. 세계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와 중·러 중심의 전체주의질서 그리고 나머지 지역으로 되어 있다.
일단은 중·러 중심의 전체주의 질서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면서 푸틴의 운명에 물음표가 쳐져 있고 시진핑 또한 방역 등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밖에 이란, 북한, 벨라루스 등 전체주의 진영에서 제대로 된 나라는 없다. 문제는 정치적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미국 주도의 자유진영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포퓰리즘이 유럽에서는 극우가부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여기서는 일단 포퓰리즘에 방점을 찍고자 한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이 승리했지만 트럼프는 사실상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2021년 1월에는 대규모 인원이 의회에 난입했다. 선거를 치른 당사자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은연중에 대중 시위를 사주한 셈이다.
바이든이 승리했음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중 여론이 상당하여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의 공화당이 승리하고 친트럼프계 의원들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행히 민주당이 내용적으로 승리(하원은 공화당 우세, 상원은 민주당 우세)하여 정치적 내분이 가라앉을 것으로 봤지만 하원 의장 선출 과정에서 강경파 의원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하여 하원 의장 선거가 15번이나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오는 2024년 11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력 후보로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공화당, 민주당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초보적인 내용인 선거 결과의 승복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선거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결정 났음에도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심리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가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고 페루의 사정도 어느 정도 그러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된 적이 있지만 결과는 사람들이 진영과 진영으로 나뉘고 진영 내부에서 극단적인 여론, 심지어는 사실이 아닌 거짓 여론이 증폭되어 선거 승복과 같은 초보적인 문제조차 뛰어 넘을 에너지가 축적되고 이것이 민주주의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가짜 뉴스 문제가 쟁점이 되는 이유도 동일하다.
지금 한국의 민심이 그러하다. 그들은 조국의 부패, 범죄상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조국을 우상화하고 있다. 이재명의 범죄 혐의가 쟁점화된 것은 작년 하반기인데 범죄 혐의로 인해 사법리스크가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하고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 선거 이후에는 당대표로 밀어 올렸다. 사법리스크를 무시하고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이다.
검찰은 기소하겠지만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인신구속은 민주당 다수 국회에 맞서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31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다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라도 차기 당대표는 친명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재명 당 대표가 기소가 되었을 때 당대표를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앞서 지적한 민주당 내 강경 여론에 의해 무산될 것이다. 그럼 상황은 검찰 불구속 기소와 재판, 이재명 당 대표직 유지와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검찰에 의한 사법처리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상당한 타격을 받겠지만 민주당을 지탱했던 대중여론은 이재명의 사법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어느 정도 견고히 유지된다. 따라서 진정한 싸움은 이재명 사법처리 이후의 국면에 달려 있을 것이다.
여당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세가 살아 있다. 그들 다수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다. 그들을 하나로 묶는 기조와 정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자인 듯하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이재명만 사법 처리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중심으로 단결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 거의 아무런 논의나 토론도 없다. 그저 이번 기회에 누구는 제거해야 한다는 ‘근육질’ 담론만이 무수하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거대한 포퓰리즘의 시대를 넘어설 수 없다. 강대강의 대치는 진영을 강화할 뿐이다. 가스비, 난방비 논란에서 확인했듯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현안에 천착하고 그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돌려 세운 단 몇 프로의 여론이 포퓰리즘의 성벽을 허무는 뇌관이 될 것이다. 2022년 대선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