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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2019년 北리호남에 300만 달러 송금…이재명 방북 비용"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01.31 09:53
수정 2023.01.31 15:32

김성태 "2019년 北에 총 800만 달러 전달"…檢조사서 진술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 경기도 추진 '北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대납"

"北, 이재명 방북 위해 벤츠도 필요하고 헬기도 띄워야 한다며 돈 요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헛웃음 나올 정도의 사실무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을 만나 300만 달러를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訪北)을 위한 비용이었다는 취지로 김 전 회장은 진술했다고 한다.


3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2019년 북한 측에 총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중 500만 달러는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 대표 방북 추진과 관련해 북한 측이 요구한 돈을 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수사팀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이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으로 2019년 5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건네기로 하고, 같은 해 1월 200만 달러, 11~12월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같은 해 4월에도 북한 측으로 300만 달러가 건너간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대해 "2019년 1월 200만 달러, 4월 300만 달러는 스마트팜 사용 비용"이라며 "같은 해 11~12월 보낸 300만 달러는 다른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11~12월 북한 측에 추가로 건넨 300만 달러가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공동 개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 북한 리호남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다음 대선을 위해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리호남이 "방북하려면 벤츠도 필요하고, 헬리콥터도 띄워야 한다"며 "50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그 정도 현금을 준비하기는 어렵다"며 "300만 달러로 하자"고 제안했고, 리호남도 이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진술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2019년 1월 통화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1월 16~19일 북한 광물 사업권 등을 따내기 위해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중국에 머물며 북한 측 인사를 만났다. 김 전 회장 등은 같은 달 17일 중국 현지에서 북한 측 인사가 참석하는 '한국 기업 간담회'에도 자리했다. 이때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와 통화하며 김 전 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줬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는 그동안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이달 1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도대체 저는 김성태라는 분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도 17일 태국 방콕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기 직전 "이재명 씨와 전화나 뭐 이런 거 한 적 없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누군가가 술을 먹다가 (김 전 회장과)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나진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첫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검찰은 앞서 쌍방울그룹 관계자를 통해 "이재명 대표와 김성태 전 회장이 서로 통화했던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 대표로선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라며 "지인이 전화를 바꿔주는 것은 이 대표 같은 유명 정치인에게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던 것이 이재명 대표 방북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해 당시 북한 측에 자금이 건너간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9년 5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철에게 본인을 포함한 경기도 경제 시찰단을 북한에 초청해 달라는 편지 형식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지휘한 정찰총국장 출신 인물이다. 그로부터 두 달 후 김 전 회장이 마닐라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표 방북에 협조해 달라'며 300만 달러 제공을 약속하고 이후 그 돈을 북측에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8년 후반기부터 경기도가 대북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는 방북 명단에 넣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뺐다. 이 직후인 2018년 10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두 차례 방북했고, 경기도의 대북 접촉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과 접촉해 경기도 대북사업 경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쌍방울로부터 3억 2000만원 상당 정치자금·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이 전 부지사는 2011년부터 쌍방울그룹 고문 및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는 등 김 전 회장과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아태협 안부수 회장도 당시 북한 측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이재명 경기도'의 대북 교류사업 추진에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회장은 2019년 3월 경기도의 대북 사업 보조금 7억 6200여 만원과 쌍방울 등 기업에서 받은 기부금 4억 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안 회장은 지난 대선 국면인 2021년 7월부터 아태협 임원과 회원 등을 중심으로 이 대표 대선 당선을 위한 비공식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달 18일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이 조직은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진력한다'는 등 구체적인 활동 지침을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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