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로그인] 수소시대 내다본 남부발전의 선견…탄소중립 ‘퍼스트무버’
입력 2023.01.30 07:00
수정 2023.01.30 09:53
국내 그린수소 인프라 투자 총력전
그린수소 확보 위한 해외 영토 확장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세계 경제의 화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에 맞춰졌고, 2050 탄소중립 시대를 열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선진국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기술로서 '수소'의 효용가치와 위력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수소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시장과 제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테스트베드(Test Bed)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며, 민간 입장에서 불확실한 수소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구매와 판매 물량을 확정해주는 유통관(offtake)이 절실하다.
한국남부발전은 발전공기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이러한 시대적 역할에 부응하기로 했다. 수소사업은 단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할 수 없으며 대규모 수소 공급은 안정적인 인프라를 갖춘 발전공기업이 앞장서지 않고는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게 남부발전 경영진들의 생각이다.
이승우 사장은 직접 스폰서십을 자처하며 연일연시 직원들에게 "남부발전이 에너지 전환에 퍼스트무버가 되자"고 강조하고 나섰다. 남부발전은 발전공기업 최초 '수소융합처'라는 단독처를 만들고 국내·해외 수소사업 확장과 연구개발(R&D)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총력전
남부발전은 지난해 4월 정부에서 공모하는 제주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12.5MW)을 수주했다. 이 실증사업에는 제주도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이 활용된다.
알카라인(ALK), 고분자 전해질막(PEM), 고체산화물(SOEC), 음이온 교환막(AEM) 등 4가지 수전해 기술 중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 무엇인지 연구가 진행되고 실제적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된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이런 모델을 만드는데 있어서 공공기관이 나서지 않고는 구심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소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주기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 실증사업에는 총 618억원(정부지원 296억원 + 민간부담 322억원) 사업비가 들어가며, 제주도청과 SK플러그하이버스 등 14개 기관이 참여한다. 올해 4월 인프라 설계를 완료하고 5월 인프라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6년 3월 과제를 종료하고 제주도 낸 수소 모빌리티 연료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신에너지인 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에도 나선다. 남부발전은 지난해 7월 영월 수소 연료전지 1단계 사업을 준공했다. SK에코플랜트와 협력해 수소 생산해 스텍 안에서 전기를. 기화기(SMR)에서 CO2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포집해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소전소터빈 실증도 준비하고 있다. 수소전소터빈이란 기존 가스터빈에 LNG 대신 100%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남부발전은 제주 한림복합화력발전소 유휴부지에 도심 분산형 전원 공급을 목표로 하는 5MW급 소형 전소수소터빈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그린수소 확보 위한 해외 영토 확장
남부발전은 해외 에너지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궁극의 수소인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여건상 재생에너지를 자체 충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게 남부발전 경영진들의 생각이다.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당시 막대한 규모의 수소 관련 프로젝트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남부발전은 삼성물산과 포스코,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달러(약 8조800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사우디 서부 메디나주에 위치한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그린수소화합물(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는 게 핵심이다.
남호주와 수소경제 활성화 협력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남호주 주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소사업 협력을 위해 새 내각 구성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총리, 에너지광업부 장관 등 각료 일행은 단일단지 세계 최대규모인 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 수소연료단지를 방문해 수소경제 분야 협력 강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남부발전은 단기적으로는 그린수소화합물, 장기적으로는 그린수소 공급을 목표로 삼았다. 발전공기업 최초 해외 그린수소와 수소화합물 생산에서 도입까지 전주기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상 소비 연도에 맞춰서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다채널로 생산 도입 루트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우디, 호주, 오만, 인도 등 재생에너지 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오만은 2030년 그린수소 20만톤 생산을 목표로 유망 부지를 잠정 확정했으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소를 사들인다는 개념보다는 신재생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소를 직접 생산해 국내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생산원가에 유통마진을 일부 반영해 가격변동이나 물량변동 리스크를 제거하고 자체 조달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이영재 한국남부발전 수소융합처장
Q. 수소사업 기술력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봐야 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수소사업에 대해 경제성에 절실함이 없어서 실증을 안 했지 기술적으로는 어느정도 증명이 다 됐다. 특히 수전해는 기술 확보가 완료됐는데 시장이 조성이 안 된 상황이다. 이는 시장은 필요가 있어야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CO2 저감에 대해 절실함을 못 느겼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경제성이 안 나왔었다. 이제는 그 경제성을 확보를 해주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Q. 수소사업은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예상되는 리스크도 있을 것 같은데
“남부발전이 수소사업이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무위험기관이 됐다보니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PF(자금조달)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거두면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부분에 투자를 안 하면 미래가 더 불확실해진다. 또한 국가에서 리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테스트베드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 결국에는 발전사밖에 없다. 국가적 과제인 대구모 수소 수요 창출을 누군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발전사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수소는 탄소중립 전원으로서 이상적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있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산업적 기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있나
“수소를 곧바로 무탄소 연료로 활용하기는 힘들다. 물량 확보, 경제성 확보가 어렵고, 특히 수소의 수송 분야가 실증이 아닌 R&D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게 그린수소화합물(암모니아)이다. 수소화합물 혼소 기술을 활용하면서 수소 사업을 활성화시키면 수소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기존 발전소에 수소화합물을 혼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소 기술에 검증이 있어야 한다. 또한 수소화합물을 배에서 하역하고 다시 기화시켜 보일러에 연소하는 과정의 인프라 구축, 스케일업(Scale-up) 과정이 필요하다. 신재생 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수소화합물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그린수소로 가야한다.”
Q. 수소 수송 분야 실증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수소는 운송 기술이 절실하다. 수소를 액화시키려면 –253도까지 가야하고, 수소화합물은 –33도까지만 가면 된다. 수소를 가지고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수소화합물을 중심으로 실증화에 나서고 있다.”
“수소화합물은 바로 보일러에 혼소를 할 수 있고, 나중에 이를 수소로 전환을 할 수도 있다. 수소 기술에 대해 이 부분을 손을 떼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회사의 절반 정도가 가스복합화력인데 두산중공업과 함께 가스터빈에 수소를 혼소하는 R&D도 기획을 하고 있다.”
Q. 수소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수소 양을 국내에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해외 에너지 영토를 확보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사업이라는 게 현지 인허가, 민원 등으로 제때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한 물량의 150% 이상을 공급처로 확보해놓으려 하고 있다.”
“SK, 두산, 삼성, 롯데 등 대기업과 함께 해외 그린수소 기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누군가 선점한다. 이렇게 되면 수요국 입장에서 가격이나 물량 변동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국가에 기술력과 건설 경험을 갖고 그린수소 사업에 참여해 장기 물량 구매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