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이냐, 안철수냐'…갈 곳 잃은 '나경원 표심'에 요동치는 與 전대
입력 2023.01.26 00:30
수정 2023.01.26 00:30
'17% 지지율' 기록한 羅 "당 화합 위해 불출마"
'나경원 전 의원 향한 지지율 확보' 여부에 따라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 출렁일 가능성 제기
유승민 출마 여부, 羅 지지 여부 등 변수될 수도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3·8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단 의사를 밝히면서, 그를 지지하던 표심이 어디로 갈지 여부가 차기 당권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나 전 의원을 향한 지지율이 여전히 17%대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지지율의 확보 여부가 향후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 유력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당권을 쥐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당대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향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양강 대결로 굳혀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의원은 장제원 의원을 포함한 친윤(親尹)그룹의 비호를 받으며 최근 몇 주간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을 꺾고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당대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대세론을 펼쳐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조사한 결과에서 김 의원은 25.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안 의원도 만만치 않다.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수도권(경기 성남 분당갑)인 점을 앞세워 '수도권 대세론'을 내놓으며 지지세를 불려 나가고 있어서다. 실제로 안 의원은 엠브레인퍼블릭의 같은 여론조사에서 22.3%에 달하는 당대표 지지율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김 의원과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에 이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16.9%에 달하는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향후 전대 구도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과 안 의원 중 누구도 나 전 의원 지지층을 100% 흡수할 가능성은 적지만 누가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느냐에 따라 우위를 선점할 수 있어서다.
현재로서는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상당수는 안 의원 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 모두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의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에 대한 반발 표심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의원 측은 3·8 전당대회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결선 투표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만큼 나 전 의원 측 중도 표심을 확보하면 당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의원 측이 이 같은 정치적인 셈법을 고려하는 이유는 앞선 엠브레인퍼블릭의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과 안 의원이 결선에서 대결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49.8%는 안 의원을, 39.4%는 김 의원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기존에 나경원 전 의원에게 쏠려있던 지지율이 30~40% 정도 나왔는데 이게 갑자기 빠지면서 김기현 의원 쪽 지지율이 20%p씩 늘었다"며 "이미 나 전 의원 측 지지자 중 김 의원 쪽으로 빠져나갈 표심은 다 빠져나왔다고 봐도 되는 만큼 남은 중도 표심이 안철수 의원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갈등했던 나 전 의원이 출마 뜻을 접으면서도 '윤심'에 호소하는 모습을 나타냈던 만큼, 친윤 주자인 김 의원으로 표심이 쏠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나 전 의원이 또 다른 정치적인 미래를 고려하고 있다면 앞으로 4년이나 남은 현 정권과 조금이라도 갈등을 푸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그러려면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게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는 만큼 소위 '진나(진심으로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 세력이 김 의원 쪽으로 간다면 원 사이드 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뚜렷한 '반윤(反尹)' 색채를 낸 유승민 전 의원이 전대에 출마해 친윤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나 전 의원 측 지지율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대의 판세는 더 어지러워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날까지 출마, 불출마 여부가 갈렸던 만큼 갑자기 불출마를 결정한 나 전 의원 지지층 중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스윙 보터는 분명히 있다"며 "이들은 향후 유승민 전 의원을 포함한 당권 주자들이 나 전 의원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포용을 취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지지 여부를 바꿀 수 있는 만큼 남은 전대 기간 동안 제일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