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시후견 치매 환자 유언장, 의사능력 있다면 유효"
입력 2023.01.24 13:20
수정 2023.01.24 13:21
재판부 "본인 의사 능력 있으면 임시후견인 동의 없이도 유언 가능"
"성년후견 전이라면 유언서에 심신 회복 상태 적도록 한 민법 적용 안돼"
치매 등의 이유로 임시후견인을 둔 사람이라 해도 일정한 의사 능력이 있다면 유효한 유언장을 남길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 씨가 "사망한 고모할머니 B씨의 유언 효력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B 씨는 생전에 중등도의 치매를 앓았다. 이에 B 씨의 조카 C씨(B씨 오빠의 차남으로 A 씨에게는 작은아버지) 가족은 2016년 B씨의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를 도울 성년후견인 지정을 청구했고, 법원은 정식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변호사를 임시후견인으로 정하는 사전 처분을 했다.
B 씨는 2017년 본인 명의 예금을 A 씨에게 전액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자필로 작성한 뒤 2020년 사망했다.
C씨 가족은 고모 B 씨가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장을 작성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A 씨는 고모할머니 유언의 효력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B 씨가 유언장을 쓸 당시 이미 임시후견 상태였으므로 유언에도 효력이 없다고 봤다.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이니 의사가 유언장에 심신 회복 상태를 써야 하는데 이 역시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B 씨가 유언 능력까지 제한된 성년후견 단계는 아니었다며 유언장이 효력이 있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B 씨가 유언장을 작성할 즈음 병원에서 중등도 치매와 판단력 저하(심신미약)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의사 무능력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언장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B 씨가 유언장을 쓰기 1년 전에도 본인 부양과 재산 관리를 A 씨에게 맡겼고, A 씨가 노년이 되면 그의 아들에게 제사 같은 행사를 일임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모두 물려주겠다는 뜻을 문서로 분명히 했다고도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사건 본인(B씨)이 의사 능력이 있는 한 임시후견인의 동의가 없이도 유언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직 성년후견이 개시되기 전이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신 회복 상태를 덧붙여 적도록 한 민법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