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따라 오른 주세’…올해도 맥주·막걸리 값 놓고 ‘저울질’
입력 2023.01.25 06:48
수정 2023.01.25 06:48
맥주 L당 30.5원, 탁주는 1.5원 인상
세금·원자잿값 올라 제품 인상요인 충분
주류업계, 가격 인상 놓고 소비자 눈치
주류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연동된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율이 인상되면서 제품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류업체들의 출고가 인상이 임박해졌지만 업계는 소비자들의 반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식품 가격이 줄줄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주류가격까지 오를 경우 소비자 저항과 가계 부담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2022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붙는 주세를 3.57% 인상키로 했다. 이번 주세 개편은 가격 변동에 따라 세금이 변하는 소주 등 종가세 주류와 과세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다.
맥주와 탁주의 올해분 세금 인상폭은 정부가 맥주‧탁주 세금 부과 방식을 판매가의 일정 비율만큼 세금을 물리는 종가세 방식에서 L당 부과 방식인 종량세로 개편한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70%만 반영해 주세를 올리기로 했다. 즉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5.1%의 70%인 3.57%만 반영해 추산했다. 이에 따라 맥주는 ℓ당 주세가 30.5원 올라 885.7원, 탁주는 ℓ당 1.5원 올라 44.4원이 된다.
세금이 오를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류업계는 그간 주세 인상에 따라 맥주 출고가를 인상해 왔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주세가 2.49% 오르자, 맥주 출고가를 7.7∼8.2% 올렸다. 올해도 주세 인상폭보다 높게 출고가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율 인상에 대한 부담에도 주류업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소비자와 주류 도매상의 반감을 사고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상 차이는 적지만 이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주류도매상과 업소들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민감한 주류시장 특성상 점유율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업계는 올해 맥주 가격이 인상되면 소주 가격도 함께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주에 붙는 주세는 오르지는 않았지만, 소주 공병 가격이 지난해보다 22.2% 올랐기 때문이다. 병값 인상 이후 소주업체 역시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소줏값을 인상할 수 있다.
막걸리 업계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현재는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후 물가 상황 등을 검토한다는 분위기다. 원·부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이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소비자 물가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위스키를 비롯해 편의점 안주 제품도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이 대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홈술족뿐 아니라 음주문화를 즐기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다시 한 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스키 업계는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제품가 인상을 시작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위스키와 맥주 등 53개 제품 출고가를 최대 15% 올렸고, 페르노리카코리아도 같은 달 제품가를 최대 17.8% 올렸다. 내달부터는 디앤피 스피리츠가 제품가를 최대 50% 인상할 예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도 많이 올라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에 연동한 종량세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렇게 매년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아직 소비자들은 물가 연동 방식이 익숙하지 않다.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