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전-上] "내년부터 상승사이클 탄다"…버티기 돌입한 반도체업계
입력 2023.01.22 07:00
수정 2023.01.22 13:25
WSTS, 가트너 등 올해 반도체 성장률 3~4% 역성장 전망
PC, 모바일 글로벌 수요 급감에 반도체업체 타격 불가피
기업들, 감산·투자 축소 확대로 올해 '버티기' 주력할 듯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가 소멸되고 경기침체가 글로벌 전역을 뒤덮으면서 반도체 산업에 유례없는 한파가 불어닥쳤다.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이슈는 올해 내내 제조사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중의 힘겨루기와 기술 강국들의 움직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의 돌파구 마련도 더욱 시급해졌다. 기로에선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기침체로 글로벌 전역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반도체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로 반도체 부진이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입은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황 부진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시황이 반등 시그널을 보일 때까지 각 업체들은 '버티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망기관들은 모바일, PC 등 주요 수요 산업 위축으로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연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마이너스 4.1%를 기록,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가 폭발했던 2021년 당시 세트 및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시장은 26.2%의 고성장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같은 펜트업 효과가 소멸되고 고금리·고환율·고물가 기조가 글로벌 전역을 강타하면서 지난해 성장률은 4.4% 대폭 쪼그라들었다.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의 이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성장률은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5801억 달러에서 올해 5566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봤다.
WSTS 뿐 아니라 가트너(Gartner)도 올해 반도체 시장이 마이너스 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요 공급처인 모바일, PC 산업이 지난해 보다 축소되면서 반도체 시장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 7.2%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마이너스 8.5%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PC 역시 출하 감소로 지난해 11.2% 수준이던 성장률이 올해에는 14%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경기침체 여파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까지 간신히 흑자를 유지해왔던 DS 부문이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 선방에도 D램·낸드 이익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올 1분기 메모리 반도체만 1조30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유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많게는 2조원대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 1분기(9~11월) 영업손실 1억9500만 달러(약 2500억원)를 기록하며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요 생산업체들이 '반도체 한파'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에 올해 실적 감소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D램·낸드 판매 부진 등의 영향으로 매출 규모가 올해 1330억 달러로 전년과 견줘 1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시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D램 ASP(평균판매가격) 하락세가 올 1분기 13~18%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20~25%) 보다는 완화되나, 침체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같은 판매 부진·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SK·마이크론 등의 재고 부담은 지난해 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합산 재고자산회전기일은 97일로, 2019년~2020년 상반기 최고치였던 84일을 상회한다.
업계는 반도체 부진을 벗어나는 방안은 공급 규모를 대폭 줄여 수요와 공급자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고 말한다.
이미 반도체 제조사들은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설비투자 규모도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감산 절차에 돌입했다.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 20%를 축소하며 2023회계연도 설비투자를 70~75억 달러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10%를 감원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지난해 투자 규모를 올해는 절반 이상 축소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를 중심으로 매 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극적이나마 감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처럼 적극적인 감산은 지양하더라도, 반도체 장비 합리화·정비 등 자연적·기술적 감산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책이 재고 조정 효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부진의 늪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부터는 ICT 산업이 반등하면서 반도체 업계도 본격적으로 상승사이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진단한다. 주요 제조사들은 회복 사이클 이전까지 생산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쌓인 재고를 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미래전략산업' 보고서를 통해 "ICT 디바이스 등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복귀할 것"이라며 "2026년경 전체 시장 규모는 7800억 달러(약 96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 KIS 인더스트리 아웃룩' 보고서를 통해 D램은 올 3분기, 낸드는 같은 해 4분기부터 업황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신평은 "D램은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과점 구조 아래 투자 유연성 확보와 공급 조절을 통해 수급 균형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낸드의 경우 누적된 재고수준을 고려하면 업황 반등 시점은 2024년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