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국 소득동질혼 경향↓...가구 불평등 완화에 기여”
입력 2023.01.19 12:00
수정 2023.01.19 12:00
非동질혼 상대적으로 빈번
1인・한부모 가구 비중 낮아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 경향은 주요국보다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비(非)아시아권 대부분의 국가보다 정부 재분배정책의 효과가 작은 반면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28개국 중 한국은 개인 단위 불평등 순위는 높았으나, 가구 내 불평등 소득 순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개인 단위에서는 취업자 근로소득 2위, 전체 개인 근로소득 8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가구 근로소득 24위, 가구 시장소득 23위,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10위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는 우리나라의 ‘대기업・전문직 맞벌이’로 대표되는 소득동질혼 경향이 주요국에 비해 약하고, 1인 가구 및 한부모 가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불평등 완화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부부 근로소득 간 순위 상관계수와 상관계수는 각각 0.03과 0.06으로 0에 가까워 분석 대상 34개국 중 각각 33위와 32위로 최하위권을 보였다. 부부 소득이 유사한 가구가 무작위 결혼에서 나타나는 것에 비해 얼마나 빈번히 관측되는지를 배율로 측정(무작위=1배)한 소득동질혼 지수도 1.16배로 분석대상국(평균 1.60배)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및 한부모 가구 비중은 각각 14.7% 및 4.0%로 주요국(1인 가구 22.6%, 한부모 가구 7.4%)보다 낮았다. 가구주 또는 배우자 연령이 25∼64세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 경향이 약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고소득 남녀간의 결혼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 간 결혼, 그리고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이상 여성 간 결혼 등 이질적인 결혼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의실험 결과,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주요국과 같아진다면 우리나라의 가구 균등화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실제 0.361에서 평균 0.396(+10%)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을 0부터 1까지의 숫자로 나타낸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북유럽과 같아지는 극단적 경우에는 가구균등화 근로소득의 불평등은 실제 0.361에서 0.417(+15%)로 상승했다. 이 경우 우리나라 가구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 순위가 현재 주요국 중 10위에서 콜롬비아와 미국에 이어 3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에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과 부족한 정부 재분배정책을 보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이어 “향후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불평등 완화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기제를 갖추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