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물어보니 98] "김성태, 검찰 확보 증거 몰라 일단 잡아떼고 보는 것"
입력 2023.01.17 05:11
수정 2023.01.17 06:40
김성태, 17일 오전 8시 귀국·檢 기내서 신병확보…언론인터뷰 "이재명 때문에 인생 초토화"
법조계 "김성태, 결국 증거 들이밀어야 입 열 것…검찰, 자료는 전부 확보했을 것이지만 입증이 관건"
"전환사채로 줘서 자기까지 연결 못시킬 것으로 보는 것…배상윤 등과 이미 다 입 맞췄을 것"
"김성태, 이익·불이익 따지고 있을 것, 플리바게닝 시도할 수도"…자금 총괄, 매제 귀국 여부도 관건
자진귀국을 선택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무엇인지 모르는 김 전 회장이 일단 '잡아떼기' 작전을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뭐든 부인부터 먼저 하고 증거를 제시하면 입을 열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전 회장은 17일 오전 8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검찰은 기내에서 미리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다. 송환을 눈앞에 둔 김 전 회장은 15일 언론인터뷰에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와 만날 계기도, 이유도 없다"며 "그 사람을 왜 만나느냐. 이 대표 때문에 인생이 초토화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궁지에 몰린 만큼, 본인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제기된 여러 의혹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현재 무슨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니까, 일단 부인하는 것"이라며 "결국 증거를 들이밀어야 입을 열 것이가"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김성태 관련 의혹들 가운데 변호사비 대납 건이 중요한데, 자금을 이리저리 돌려서 전환사채(CB)로 줘서 자기까지 연결을 못시킬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배상윤 등 다른 사람들하고도 이미 다 입을 맞춰 놓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자료는 전부 확보했을 것이다. 다만, 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 변호사(홍익법무법인)는 "범죄 피의자가 이야기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이야기"라며 "(김 전 회장은) 여러 가지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과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시도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검찰이 그걸 모르겠나. 김성태 측에서 생각하는 그 이상의 몹시 어려운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회장 측이 형량을 대가로 검찰과 거래를 시도할 수 있지만, 뜻대로 될 가능성은 작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김성태가 이재명을 본 적이 없다고 함으로써 변호사비를 대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며 "김성태는 (검찰) 조사에서도 이재명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식으로 임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이재명과 김성태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해 거짓말탐지기 조사, 증인 간 대질신문 등을 하는 한편 이재명 변호사들에게 전달된 23억원과 관련해서도 김성태를 집중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쌍방울그룹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CB 2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CB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뜻한다. 쌍방울이 이후 이 CB를 여러 차례 사고팔며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가운데 23억원 정도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법 재판의 변호사비로 대신 지불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다만 김 전 회장 주장대로 아직은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금 관리를 총괄했던 쌍방울 재경 본부장 김모 씨의 귀국 여부도 수사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에서 파생된 돈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 매제이기도 한 김 씨는 현재 태국 구치소에 수용된 채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