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와 '김성태 쌍방울'의 대북 커넥션…北으로 간 '200만 달러'
입력 2023.01.12 11:52
수정 2023.01.12 19:01
8개월 도피 끝 태국서 체포된 김성태…'이재명 경기도'·쌍방울그룹 사이 대북사업 의혹 밝혀질까
아태협 안부수, 북측 인사 만나 7만 달러·43만 달러 전달…대북 로비 지출액 200만 달러 이상 의심
아태협, 쌍방울그룹 산하 기관처럼 운영…안부수, 쌍방울 계열사 사내이사로 영입
김성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선물 제공…에르메스 말 안장·롤렉스 시계 10점
'이재명 경기도'와 '김성태 쌍방울' 사이 이뤄진 대북 커넥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대북 사업 성사를 위해 2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5억원) 이상의 비용을 치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에르메스 말 안장을, 북측 고위 인사들에게는 롤렉스 시계 10점 등을 선물했다고 한다.
1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두 행사를 전후해 쌍방울그룹과 김 전 회장이 북측과 접촉하며 대북사업 성사를 위해 큰 비용을 치른 정황을 확인했다. 안 회장은 2018년 12월 평양에서 김영철 전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7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9300만원)를 건넸고,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에게 43만 달러(5억 7000만원)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를 쌍방울그룹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쌍방울의 대북 로비 지출 액수는 200만 달러 이상이다.
검찰은 최근 김 전 회장 지인 등으로부터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줄 선물용으로 에르메스 말 안장을 북측에 건넸고, 롤렉스 시계 10점을 구입해 북측 인사들에게 전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대북협력 사업은 대부분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공동 추진됐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2018~2020년 경기도 대북협력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당시 10개의 대북협력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중 절반인 5개 사업을 아태협과 함께했다. 앞서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두 차례의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역시 경기도와 아태협의 공동주최 형식이었다. 당시 이 행사에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조선아태위) 부위원장과 송명철 정책부실장 등 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환영사를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대독한 두 번째 대회에는 김 전 회장과 양 회장 등 쌍방울그룹 주요 관계자가 대거 자리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두 차례 행사 개최에 드는 비용 수억원을 아태협을 통해 지원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포함한 경기도의 대북협력 사업을 사실상 경기도와 쌍방울이 공동으로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 측 책임자였던 이 전 부지사는 취임 전인 2011년 10월~2017년 3월까지 쌍방울 고문으로 1억 8050만원, 사외이사(2017년 3월~2018년 6월)로 3800여만원을 수령했다. 아태협 안부수 회장 역시 경기도와 아태협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던 2019년 1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 사내이사로 영입돼 사실상 아태협은 쌍방울 산하 기관처럼 운영됐다.
쌍방울그룹의 로비 성과가 나타나는 듯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 전 부지사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과 안 회장이 이 전 부지사 등과 함께 2019년 1월 16~19일 중국에 머물며 쌍방울그룹-북한 조선아태위간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2019년 1월 17일)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2019년 5월 10~16일 다시 중국에 체류하며 5월 12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와 경협 합의서를 작성했다. 나노스 등을 통해 북한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과 관광지·도시개발사업, 물류유통사업, 자연에네르기 조성사업, 철도건설관련사업, 농축수산 협력사업 등 6개 분야 우선적 사업권을 확보한다는 애용이다. 경기도는 같은 달 ▲밀가루·묘목 지원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 참가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필리핀 공동개최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 DMZ 평화페스티벌 개최 ▲개성 수학여행 등을 공식 남북평화협력사업으로 발표한 바 있다.
북한과 경협 합의로 나노스는 희토류를 포함한 북한 광물에 대해 사업권 등을 약정받았고,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2017년 2월 나노스 전환사채(CB) 200억원을 인수한 쌍방울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전환사채 180억원에 대한 전환 청구권을 순차적으로 행사해 1558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 조직 출신 기업가 김 전 회장이 대규모 대북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데는 김만배 화천대유대주주 측근으로 알려진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의 지인은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을 처음 연결해준 사람이 최 전 부회장이라고 지목했다. 전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최 전 부회장은 학력은 별 볼 일 없지만, 감옥에서 독학으로 글과 언변을 익혔다"며 "조폭 같지 않은 매너로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어왔다"고 설명했다.
안 회장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한 사람은 이 전 부지사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부지사와 안 회장이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검찰은 안 회장 공소장에 "쌍방울 및 경기도를 북한 조선아태위 등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 일명 '대북사업 브로커'라며 "안 회장이 2018년 열린 제1회 국제대회 당시 방한한 송명철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 북한 관계자들에게 김 전 회장 등을 소개했다"고 적시했다.
2020년 들어 북미 관계가 냉각되며 쌍방울과 경기도의 대북사업도 동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사업 개척 시도가 당시 이재명 도지사의 적극적 의지 또는 정부 차원 지시 없이 이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검찰은 태국에서 체포한 김 전 회장 등이 신속하게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현지 경찰과 협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