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vs무보 밥그릇 싸움 2차전…수출 중기 '불똥' 우려
입력 2023.01.10 15:32
수정 2023.01.10 18:05
2년 전 한 차례 실패…해묵은 논쟁 재점화
최대 규모 무역금융 지원 차질 우려
무보 수익 감소 시 중기 지원 축소 가능성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확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앞서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의 반발과 허위자료 논란이 확산하면서 유야무야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나서자 무보 노조가 즉각 반발, 양 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 2차전이 벌이지는 모습이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수은과 무보의 불필요한 갈등으로 기업지원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관의 경쟁 속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9일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에 대한 제도개선을 담은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은은 대출과 연계하지 않더라도 한국 수출기업이나 거래 상대측에 대한 채무보증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보증 한도도 연 인수 총액의 35%에서 50%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은과 무보의 업무영역이 겹치게 된다. 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동일한 개정령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기재부는 당시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제한으로 121억달러 규모의 한국 해외 프로젝트 수주가 무산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들 사업이 보증과 무관하게 환경 문제나 사업성 부족 때문에 무산됐다는 반박에 막혔다. 특히 법 개정 근거로 제시한 자료의 일부를 삭제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양 기관의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정부의 최대 규모 무역금융 지원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 기관은 지금껏 수은이 대출과 함께 보증을 지원하고 무보가 보험·보증을 지원하는 형태로 협업해 왔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엔 수은이 무보 없이도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동일한 해외 사업 채무보증을 놓고 양 기관이 쓸데없는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양 기관의 갈등이 심화해 자칫 중소 수출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수은이 무보의 사업영역을 침범할 경우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신흥·저개발국 지원 여력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무보는 연 3000억원에 이르는 중장기 주수 프로젝트 보험·보증사업 수익을 토대로 중소·중견기업에 매년 3500억원 규모의 수출보험금을 지원해 왔다.
무보 노조는 “무보의 수익 감소는 결국 중소기업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3만여 중소 수출기업의 수출안전망을 흔드는 이번 개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