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구매한 우린 호구냐"…中 테슬라 차주 수백명 집단 항의
입력 2023.01.09 16:49
수정 2023.01.09 16:49
중국에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가격인하를 단행하자 기존 테슬라 차주들이 매장 등에 대거 몰려가 집단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기존 차주들은 먼저 비싼 값을 주고 차를 산 만큼 환불이나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각지 테슬라 매장과 전시장에서 테슬라 차주 수백명은 가격 인하·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불과 몇 달 새 차량 가격이 대폭 할인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관련 항의 영상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베이징에선 공안(경찰)이 테슬라 매장 밖에 모인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고, 쓰촨성 청두에선 매장 앞에 모인 차주들이 "돈을 돌려줘라", "차를 환불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번 소동은 테슬라가 중국 시장 수요감소에 맞서 추가적인 가격할인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테슬라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모델 3와 SUV 모델 Y의 중국 내 판매가격을 6∼13.5%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24일 모델3과 모델Y 가격을 각각 5%, 9% 내린 지 한달 반 만에 가격을 추가 인하해 수개월 만에 20% 안팎 값이 떨어진 셈이다.
모델 3의 경우 최저가가 당초 26만 5900위안(약 4880만원)에서 22만 9900위안으로, 모델 Y는 28만 8900위안에서 25만 9900위안으로 각각 낮아졌다. 모델 Y의 미국 시장 판매 최저가인 6만 5900 달러(약 8191만원)에 비하면 43% 낮아 가격 차이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모델 Y의 전 세계 가격은 나라별로 다양하지만, 대체로 6만 달러 수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8499만 9000원에 팔린다. 상하이 테슬라 배송센터에서 다른 차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던 한 테슬라 차주는 "테슬라의 가격정책은 책임 있는 기업의 행동 방식이 아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생산한 신차 인도가 전달보다 44%, 전년 동기보다 21% 줄어든 5만 5796대에 그치는 등 최근 중국 내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에 잇따라 가격을 내리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테슬라 전체 매출의 약 23%가 이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테슬라 차이나의 홍보 담당 부사장 그레이스 타오는 웨이보를 통해 "이번 가격 인하는 엔지니어링 혁신을 반영했다"며 "경제 발전과 소비를 장려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