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열망 높았다…국민 75% "국회의원 신뢰 안한다"·'국회해산제' 개헌에 47.7% 찬성 [데일리안 여론조사]
입력 2023.01.05 07:00
수정 2023.01.05 07:00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 여론조사
2023 새해 맞이 개헌 사항 중심으로
정치개혁에 관한 설문 집중적 실시
데일리안이 2023년 새해를 맞이해 개헌(改憲) 사항을 중심으로 정치개혁에 관한 설문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해산이 가능한 권력구조로의 개헌에 국민 47.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새해 벽두인 지난 2~3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47.7%는 정국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경우,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국회해산권 부활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31.5%, "잘 모르겠다"는 20.8%였다.
국민 47.7% "헌법상 국회해산권 찬성"
OECD 37개국 중 31개국, 내각의 국회
해산권과 국회의 내각불신임권 인정
선진 제국(諸國)은 원내에서 정국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회가 내각을 불신임하거나 내각이 국회를 해산해 다시금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의원내각제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 37개국 중 31개국이 내각제 또는 내각제적 권력구조를 택하고 있으며, 헌법적으로 국회해산이 불가능한 대통령제는 미국·대한민국·멕시코·칠레·콜롬비아·터키 등 6개국만이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2공화국 헌법은 헌법 제72조의 13호에서 민의원(국회) 해산을 국무회의의 의결사항으로 정해,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경우 민의원을 해산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바 있다.
또 헌법 제33조 1항에서 민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해산됐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도록 하고, 제35조의2에서 해산으로부터 30일 내에 총선을 치르도록 규정해서 해산에 이르게끔 정국을 교착시킨 쟁점에 대한 국민의 직접 판단을 구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71조는 예산안이 법정기일 내에 의결되지 않은 경우 등을 내각불신임결의로 간주하면서, 내각불신임 시에는 10일 이내에 민의원을 해산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예산안 파동 등이 제2공화국 시기에 발생했다면 자동으로 내각불신임으로 간주되면서 민의원이 해산되고, 국민이 총선을 통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직접 판단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본지 칼럼니스트를 맡고 있는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은 데일리안 칼럼을 통해 "5년 단임제가 다른 제도에 비해 그나마 낫다는 인식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었다"면서도 "한국의 문재인정권과 미국의 트럼프정권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대통령 리스크'가 너무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진곤 전 주필은 "대통령제 종가(미국)조차도 휘청거리는 판에 여타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며 "건국 초기와 고도성장기에는 상징성과 힘을 겸비한 대통령이 소망스러웠을 수 있으나 지금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헌은 백년대계(百年大計)지만 찬반 응답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들이 당장 지금의 국회 의석에 따른 영향을 받은 모습을 배제할 수 없었다.
국회해산권 부활 찬성 여론은 전국 모든 권역과 모든 연령대에서 높았지만,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가 48.2%로 찬성(31.8%)보다 더 높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찬성이 64.4%로 반대(17.4%)를 압도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31.8%, 반대가 48.2%로 반대가 많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 64.4%로 전체 평균보다 16.7%p나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민주당이 현 국회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회해산 도입시 "국민" "대통령" 순
독일기본법은 총리 제안으로 대통령이
…국민 여론 등에 업지 않고선 불가능
국회해산권을 부활시킬 수 있는 권력구조로 개헌하는 것에 찬성한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헌법상 해산권자는 누구로 해야할지를 재질문했더니 "국민"이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높았으며 "대통령"이 28.4%로 뒤를 이었다. "헌법재판소"가 10.2%, "국회의원"은 2.8% 순이었다. "기타"는 1.0%, "잘 모르겠다"도 1.0%였다.
내각의 국회해산권이 부여된 헌법 체계에서 국회해산은 정국이 극도로 교착돼 있을 때,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에 의해 국회 다수 의석이 선출한 국무총리의 요청으로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국왕이나 대통령이 해산하는 것이 상례다.
대표적으로 국회 해산이 가능한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의 독일기본법(헌법) 제68조 1항에서는 "연방대통령은 연방총리의 제안으로 21일 이내에 연방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본국 헌법 제7조도 "일왕은 내각의 조언과 승인으로 중의원을 해산하는 국사행위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왕이 존재하지 않는 공화국이기 때문에 만약 국회해산권이 부활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수반하는 개헌이 이뤄질 경우, 국회해산권자는 상징적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물론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된 국무총리가 국회 해산을 요청했을 경우에만 국회를 해산할 수 있으며, 국회를 해산하면 바로 총선이 실시되므로 총리 또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해산을 요청할 수 없다. 결국 "국민"(56.6%), "대통령"(28.4%), "국회의원"(2.8%)이 모두 해산권자에 해당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대통령~국회의원 순의 응답은 응답자의 권역이나 연령대에 관계없이 나타났다. 다만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78.1%가 "국민"을 강조했으며, "대통령"은 6.9%, "국회의원"은 3.3%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국민"이 46.9%로 가장 높았지만, 명목상의 해산권자가 될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40.0%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요한 대표는 "국회해산권 부활에 찬성한 480명만을 대상으로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 두는 것이 좋은지' 질문한 결과, 절반 이상인 56.6%가 '국민'에게 둬야 한다고 답했다"며 "이는 곧 국회의원을 선출한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해 국회를 다시 해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 59.7% "불체포특권 폐지해야"
헌법 44조에 명시돼 이 역시 개헌사항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폐지 찬반 비등
정치개혁의 일환으로서 개헌이 현실화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차제에 현행 헌법 제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관해 질문한 결과, 우리 국민 59.7%는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으며 "잘 모르겠다"는 13.8%였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헌법사항이기 때문에 개헌하지 않고서는 폐지가 불가능하므로, 결국 개헌을 수반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셈이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불체포특권은 의회민주주의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형성됐으며, 미국·독일·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 헌법과 비슷한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헌법 제1조 6항에서 "양원 의원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체포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며, 독일은 기본법 제46조 2항에서 "의원은 현행범이 아닐 때에는 연방의회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체포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헌법 제50조에서 "양원 의원은 국회 회기중 체포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불체포특권 폐지 응답도 권역이나 연령대의 영향은 특별히 받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불체포특권 폐지가 41.9%, 유지가 43.0%로 비등했으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폐지가 74.5%로 유지(13.5%)보다 훨씬 높았다.
서요한 대표는 "약 60%가 불체포특권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노웅래·이재명 방탄국회' 논란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 과도한 국회의원의 특권을 국민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회의원 신뢰도에 대한 설문에는
국민 74.7% "신뢰도 없다" 평가
반면 23.2%는 "신뢰도 있다" 응답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신뢰도와 전문성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 스스로가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함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 74.7%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신뢰도에 대해 "신뢰도가 없다"고 답했다. "신뢰도가 있다"는 응답은 23.2%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1%였다. 국회의원의 신뢰도가 "거의 없다"는 46.5%, "전혀 없다"는 28.2%였으며, 신뢰도가 "어느 정도 있다"는 21.4%, "매우 높다"는 1.7%였다.
또, 우리 국민 61.5%는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에 대해 "전문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성이 있다"는 응답은 34.2%였다. "잘 모르겠다"는 4.3%였다. 국회의원의 전문성이 "거의 없다"는 42.7%, "전혀 없다"는 18.8%였으며, 전문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32.0%, "매우 높다"는 2.1%였다.
국회의원의 신뢰도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있다"가 33.4%로 국민의힘 지지층(17.7%)에 비해 다소 높았다. 국회의원의 전문성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있다"가 46.7%로 국민의힘 지지층(27.2%)에 비해 후한 평가가 나왔다.
국회의원 전문성에 대한 설문에는
국민 61.5% "전문성 없다" 응답
민주당 지지층,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
서요한 대표는 "국회의원에게 신뢰도가 없다는 응답이 74.7%로 나타난 것은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수위를 넘은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신뢰도가 없다는 비율이 65.6%,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81.1%로 나타나 보수층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상대적으로 더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 61.5%는 국회의원들의 전문성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국회의 현장이 실시간 라이브로 송출되면서 국회의원들의 민낯과 실력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일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의 ARS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3.0%로 최종 1001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지난해 10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