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복합위기①] 지난해 3고 ‘신음’ 국내 경제, 올해도 지속된다
입력 2023.01.05 07:01
수정 2023.01.05 07:57
새해에도 경제 전망 ‘암울’
수출 흔들리고 내수도 침체
소비, 투자, 고용 등도 암울
2023년 새해 한국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리세션(경기후퇴)이다. 수출부진, 내수둔화, 투자감소, 고용악화, 고물가 등으로 요약된다. 상황에 따라 불황으로 갈 수도 있고 민첩하게 대응해 ‘래빗점프’를 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3년은 인플레이션 심화와 같은 대내외 다양한 악재에 시달릴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전망 속에서도 정부는 다양한 경제 정책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중이다. 올해 예고된 경제 악재론과 함께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4편에 걸쳐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그렇지 않은 이들은 2024년 상반기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한국 경제 핵심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내수도 올해 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서민 고통을 가중하는 고물가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일자리 증가 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2%)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2%도 성장하지 못한 적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오일쇼크를 겪었던 1980년 등을 제외하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그리고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은 한결같이 올해 한국경제가 어느 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위기에 대비한 방어책을 단단히 준비하면서 우리 경제의 비효율·위기 요인을 제거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는 구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경제의 올해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부진한 수출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리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4.5%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감소는 생산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소비, 투자, 고용 등 내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는 작년 11월 기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도 5% 안팎의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되고 고금리 상황도 이어지고 있어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 전망에 기업들의 긴축 재정도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기업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올해 혹한기 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적자 해소를 위해 고용을 축소하고 영업 비용을 절감하는 등 새해 맞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통업계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발표한 곳은 CJ그룹이다. CJ그룹은 지난해 11월 연말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내년 사업 계획을 미리 세우고 중기 비전 중심의 미래 성장 추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두 달 앞당겨 조기에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이처럼 CJ그룹이 빠른 인사를 단행한 것은 고물가, 강달러 기조가 올해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각 사마다 악재와 실적 부진을 타개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해 예상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태세를 갖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하락하면서 경제가 혹한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전기 요금과 시내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점이 물가 상방 압력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스요금 역시 2분기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날이 추워지면 온열기기 등 사용이 늘어나는데 자영업자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24시간 냉난방은 물론 개방형 냉장고 온도를 1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편의점은 현재 점포당 매달 80만원 수준인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데, 이번 인상으로 최대 12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상가상 새해 벽두부터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가 일부 환원되면서 유가 부담도 커졌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해 서민 부담을 줄여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해 부담이 높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된 ‘원자재 쇼크’는 국내 식품 물가를 위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악재가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마저 본격화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 업체들은 어려움에 진땀을 빼고 있다.
기업들은 비축 물품으로 당장의 타격은 피하고 있지만 곡물 가격 상승이 계속하면 물가 영향이 큰 빵이나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의 지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국제 곡물가격은 3~6개월 뒤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데, 수익 악화는 올해 중·하반기쯤 심화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러시아 전쟁으로 외식업계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식용유값 상승으로 튀김류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식용유 가격 인상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식용유와 밀가루를 동시에 사용하는 업체들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도 올해 경기 부담 중 하나다. 엎친데 엎친 격으로 일본은행이 지난달 10년간 추진하던 금융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한 것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 스태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데다, 물가상승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인이 올해 추가적인 경기 하락 원인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해외 여건이 좋으면 경기가 살아나기 마련인데, 현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해외 환경 역시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통가 복합위기②]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인상 지속 된다>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