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서울시 이태원 참사 책임 묻기 어려워"…특수본 잠정 결론
입력 2023.01.04 08:46
수정 2023.01.04 10:22
"재난안전법상 기초단체인 용산구청에 재난 대비·대응 책임"
특수본, 용산구청·경찰·소방 끝으로 수사 일단락 지을 방침
경찰 3일 서울시청 압수수색…이태원 희생자 명단 '민들레'에 유출 의혹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대한 수사를 '혐의없음'으로 잠정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대비·대응 의무 등을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대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가 재난 대비와 대응과 관련된 구체적 책임을 진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이 이런 결론을 낸 데에는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행안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등 3단계로 설정한 재난안전법 관련 규정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은 행안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어 광역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에 특화된 '시·도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마찬가지로 기초자치단체가 최종 '시·군·구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입안하도록 한다.
특수본은 이 규정에 따라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이태원동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 계획을 세울 구체적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또한 두 기관에 재난 대응 책임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발생 시 재난대책본부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 각각 두도록 규정한다. 아울러 그 시행령은 구체적인 재난대책본부의 구성과 운영을 광역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
문제는 서울시 조례가 서울시 재난대책본부장이 용산구 재난대책본부를 지휘·지원하도록만 규정할 뿐 의무와 책임은 명문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수본은 이러한 재난안전법과 서울시 조례를 해석한 결과 재난 대응 책임 역시 용산구 재난대책본부에 있다고 잠정 결론냈다. 재난안전법상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이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기초자치단체에 구체적으로 부여된 점도 행안부와 서울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난안전법은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지는 경우를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경우'와 '재난이 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는데 이태원 참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수본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임재(54·구속)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62·구속), 최성범(53) 용산소방서장 등 관계기관장 및 간부급 책임자들을 끝으로 수사를 일단락 지을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태원 참사 명단 유출 의혹과 관련해 3일 서울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시 디지털정책관 산하의 정보 시스템 관리 담당 부서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친야 성향 신생 인터넷 매체인 ‘민들레’가 지난해 11월 14일 유가족 동의를 구하지 않고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희생자 명단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희생자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되자 같은 달 16일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