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적자' 김경수 향후 역할론 촉각…친문계 구심점 되나
입력 2022.12.28 11:26
수정 2022.12.28 11:31
'복권 없는 사면'에 金 정치적 역할 관측 갈려
"여타 정치 활동 가능…역할 할 수밖에 없을 것"
일각에선 "의도적으로 李 흔들지는 않을 듯"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0시를 기해 사면되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꼽히는 만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민주당 내에서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 복권 없는 형면제로 정치 활동에 제약이 따라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경수 전 지사는 이날 경남 창원교도소를 출소하면서 "사면이라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됐다"며 "결론적으로 선물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모두가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자 가석방 불원서를 서면으로 제출했으나,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면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잔여 형만 면제된 김 전 지사는 오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내가 한 성찰의 시간이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거름이 되도록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당장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역할'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피선거권으로 발이 묶인 만큼, 왕성한 정치 활동에 곧바로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은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친문계는 당내 다수의 중진 의원이 포진해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구심점이 없어 당이 '이재명 체제'로 개편된 후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계파 결속력을 강화하고, 자신의 정치적 동력도 확보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문계 한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당장은 나서기 힘들 수 있지만 향후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장관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정치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가)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당내 정치는) 가능하지만 일단 한번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기동민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에서 "출마할 수 없을 뿐이지 여타 정치 활동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문재인정부, 노무현정부 또 민주정부를 구성했던 주요 역할을 했던 사람들에겐 개인이 선택할 자유도 있지만 정치적 책임과 역할 문제도 주어진다. 김 전 지사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의 정치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한 만큼 정치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다른 친문계 의원은 "김 전 지사 성격도 그렇고 상황상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김 전 지사가 차기 당대표로 나설 가능성 등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친문계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당 활동 자체를 못한다"라고 일축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김 전 지사 같은 경우는 이 대표를 흔드는 데 이용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약간 우려가 된다. (그렇지만) 김 전 지사가 그렇게 이용당할 분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며 "오히려 당의 통합에 분명히 도움을 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에서 "바로 정치 행보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당내 분열 혹은 자칫 이 대표를 흔드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을 뻔히 알고도 의도적으로 할 사람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대표를 더 뒷받침하고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동지가 더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노 전) 대통령이 왜 그렇게 시민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며 "남아있는 우리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