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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기반이 사라진다 [기자수첩-유통]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12.26 07:03
수정 2022.12.26 07:03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분유‧우유‧유아용품 등 시장 전반 축소

외식은 구인난에 영업단축‧창업 지연 사태까지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완구매장이 어린이 등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시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나라’, ‘합계 출산율 0.79명’, ‘인구 데드크로스’.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표현들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38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각종 지표와 통계는 매번 ‘역대 최저’라는 타이틀을 꼬리펴처럼 달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유통산업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유아복, 완구, 유아용품 시장은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연명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사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우유, 분유 등 유업체들도 소비량 자체가 줄면서 암흑기를 맞고 있다. 최근 푸르밀 사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과산업도 내수시장 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린 오리온과 해외사업이 더딘 경쟁사들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외식분야는 일손 부족 사태가 상시화되는 분위기다.


엔데믹 전환에 따라 정상영업에 나서고 싶어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영업을 단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규모가 큰 일부 프랜차이즈 외식 가맹점의 경우에는 인력 부족으로 매장 오픈이 지연되기도 한다.


식품, 외식 등 소비재와 서비스 시장에 대한 소비여력 감소와 함께 산업을 지탱할 인력 또한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유통업계로서는 향후 생존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 변화를 유도했다면, 현재 출산율 문제는 판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핵심 변수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년 전인 2020년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이민과 같은 정책없이 인구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유통산업이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다 보니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출산율 저하는 개인의 생활은 물론 전 산업과 맞물려 있다.


예컨대 한 명의 소비자가 집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으려고 해도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와 배달앱, 배달대행업체, 배달기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야 한다.


출산율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십수년간 수백조원을 들였지만 개선은커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현실부터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사례에서 참고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비단 정부에게에게만 요구되는 사안이 아니다. 기업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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