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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소송' 상처만…사고 예방도 제재도 '낙제점'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12.20 10:17
수정 2022.12.20 13:44

'CEO 중징계' 대법서도 패소

당국 책임론만 더 거세질 듯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이후 3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전에서 끝내 패배하면서 상처만 떠안게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가 지나친 제재였음이 최종 확인되면서 감독당국으로서의 체면만 구기게 됐다.


결과적으로 펀드 사고 예방부터 제재에 이르는 금감원의 대응에 낙제점이 매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금융당국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은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DLF와 관련한 문책 경고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벌여 온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판매하고 경영진의 내부통제도 부실했다며 당시 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최고경영자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손 회장은 2020년 2월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고, 이에 따라 금감원 징계는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를 계기로 2년 9개월 가량 계속된 법적 다툼에서 금감원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손 회장 측이 승소하면서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대법원까지 상소했고, 결국 최종 패소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에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1~2심을 통해 핵심 쟁점에서 밀리는 결과를 받아들고도 대법원 항소를 강행한 건 애초에 승산이 없는 행보였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내부통제 마련의무와 준수의무였다. 현행법 상 금융사 임원은 내부통제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들어 놓은 내부통제를 철저히 운용하지 않았을 때 제재할 근거는 없다. 손 회장 쪽에선 충분한 내부통제를 마련했음에도 금감원이 내용상의 미흡이나 운영 문제를 들어 최고경영자(CEO)에게 제재를 내린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 줬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둔 상황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CEO 징계 사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처럼 법적 근거가 미비한 와중 중징계를 밀어 붙인 꼴인 되면서 금감원은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난처해졌다. 펀드 사태의 사후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금감원이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 사전 예방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부호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금융사 CEO에게는 법적 근거보다 과중한 책임을 매기면서 정작 내부 조직에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가 되면서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금융사와 그 임직원에 대해 총 372건의 중징계를 내렸다. 경징계를 포함한 전체 징계 처분은 1735건에 달했다. DLF에 이어 라임·옵티머스 등 각종 펀드 부실 사태에 잇따른 영향이 컸다.


감사원은 지난해 사모펀드 부실 검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감원 직원 5명에 대해 징계를, 2명에 대해선 최고 수위인 정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징계 이후 업무에 복귀했고,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제재 중 CEO 중징계에 무리한 면이 있었다는 최종 사법적 판단이 나오면서, 금감원의 역할론에 대한 비난 목소리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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