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왜 전장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비판에…13일부터 무정차 통과
입력 2022.12.13 02:45
수정 2022.12.13 02:45
13일부터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지연 심하면 무정차 통과…관련 규정상 충분한 근거 있어
시민들 "지난 10년 서울시, 시민단체 ATM기 전락했다고 비판하던 오세훈은 어디로 갔는가"
서울시교통공사 "소극적인 대응 할 수 없는 문제…다만, 사법경찰권 없어 강제조치 못했을 뿐"
전장연 "무정차 지침, 신군부인가?"…전문가 "전장연 제3자 권리 침해 안 돼, 서울시 적극 나서야"
서울시가 13일 출근길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에서 심각하게 열차가 지연되면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과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전장연의 불법 시위에 서울시가 미온적으로 늑장 대처해 시민 불편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울시의 무정차 대책을 신군부에 비유하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전장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12일 시 관계자는 "13일 아침 삼각지역 시위부터 무정차 통과 방침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무조건 정차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심각한 열차 지연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역장이 관제와 상의해 무정차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규모가 크거나 시위 강도가 높아 오랫동안 열차가 정상 운행하지 못할 때만 해당 역에서 정차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시는 구체적인 지연 기준은 현장 판단에 맡기기 위해 특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규정상 무정차 통과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무정차 통과 관련 규정상 ▲열차 지연 ▲승강장 혼잡 ▲승객안전 우려 상황에서 역장이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고 열차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특성상 호선 전체가 마비가 된다"며 "전체 호선에 지장이 가면 혼잡도가 높아지고,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시의 미온적인 늑장 대처에 대해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직장인 이모(35)씨는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시민단체 ATM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던 오세훈 시장은 도대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을 볼모로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는 전장연 단체를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 입을까 여태 내버려두고 있다가 대통령실과 정치권에서 무정차 문의를 하니 이제야 대책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고심도 깊었다. 무정차 통과로 해당 역에서 환승해야 하거나 내려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은 데다가 안전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서울시교통공사 관계자는 "승객들의 불편이나 안전상 우려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왔다.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문제"라며 "한 호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장연 시위가 있을 때 승객들 불편과 안전에 대비해 현장에 60~70명의 인력을 파견하고 동선 관리를 하는 등 공사 직원들이 1년 넘게 총출동해 엄청난 노력을 투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법경찰권이 없어 전장연 관계자들을 강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날 전장연은 즉각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비장애인만 타고 다니는 지하철에서는 이미 장애인은 무정차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또 "12월 12일인 오늘은 1979년 신군부에 의한 12·12 사태가 발생한 지 만 43년 되는 날"이라며 "서울시의 무정차 지침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신군부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전장연 시위의 목적이 아무리 절실하고 간절하더라도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조치를 거듭 주문했다.
임준태 동국대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출퇴근 시간 지속적으로 서민들의 불편을 주는 방식으로 시위하는 것은 집회시위 자유 보장의 한계를 넘는다"며 "시민들의 교통수단이 불법 시위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측면에서 서울시의 시위 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 대책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이고 불편이 심각해지기 전에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장연 시위를 1년간 그대로 하게 해줬는데 (불법시위를 방치한) 측면이 있다"며 "장애인들의 시위라는 측면에서 민감한 부분이 있기에 정치적 결단이 필요했을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불편을 겪는 사안이기 때문에 서울시는 경찰청 등 관계 부서와 면밀한 협의를 거쳐 보다 다양하고 보완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