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실족? 故 이대준 씨는 어떤 이유로 北해역까지 가게 됐을까?
입력 2022.12.12 05:07
수정 2022.12.12 05:07
이 씨, 바다에 빠졌다고 추정되는 시점에서 38시간 뒤 38㎞ 떨어전 북한 해역에서 발견
문재인 정부, 군 첩보 토대로 "정신적 공황 상태서 현실 도피 목적의 월북했다"
검찰, 文정부의 조작 결론…현장실사 통해 월북 가능성 없다, 실족해 의지와 관계없이 표류
검찰 향후 기소 인물들의 범죄 혐의 및 이 씨의 실종·사망 경위 국민 이해할 수 있도록 입증해야
이른바 '서해 피격' 사건의 핵심 인물인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기소로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지 주목되고 있다. 관건은 故 이대준 씨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38㎞나 떨어진 북한 해역까지 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는 '자진 월북'으로, 검찰은 '실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2020년 9월 20일 밤 11시 50분께부터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선 조타실에서 동료 1명과 함께 야간 당직 근무를 섰다. 그러다 이튿날인 21일 오전 1시 35분께 혼자 조타실을 나왔다.
그는 1층 서무실에서 컴퓨터에 접속해 일부 파일을 삭제한 뒤, 선미 갑판 부근에서 오전 1시 50분께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실사를 다녀온 검찰은 이 씨가 실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하루 뒤인 9월 22일 오후 3시30분께 실종 지점에서 38㎞가량 떨어진 북한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것으로 파악된다. 바다에 빠졌다고 추정되는 시점에서 약 38시간 뒤다. 북한 군은 이 씨를 총으로 쏴 살해했고, 해상에서 시신을 소각했다.
당시 정부는 군 첩보를 토대로 이 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을 내놨다. 이 씨의 실종 수사를 하던 해경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해경은 ▲발견 당시 이씨가 입었던 구명조끼 ▲이씨가 북한 민간 선박에 인적 사항과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첩보 내용 ▲도박으로 인한 이씨의 개인 채무 등을 근거로 냈다.
검찰은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발표가 '조작'이라 본다. 수사팀은 현장 실사를 통해 이 씨가 실종됐을 시기의 조류와 기온 등을 확인하고,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상황을 잘 아는 이 씨가 어둡고 조류가 센 추운 가을 바다에 뛰어들어 장비도 없이 38㎞를 수영해 북한으로 넘어가는 월북 경로를 택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월북에 반하는 다수의 정황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성급히 '자진 월북'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봤다. 다소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놓거나, 최소한 당시 시점에서는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발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닌 배에서 실족해 의지와 관계없이 북한 해역으로 표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수로 바다에 빠져 거센 조류에 휩쓸려 미처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하고 북한까지 흘러갔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판단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도 여럿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이 씨는 평소 수영을 잘했으며, 사건 당시 선박 양측에는 줄 사다리도 내려져 있었다. 조용한 새벽 시간대 이 씨와 함께 근무한 당직자는 앞서 해경 조사에서 비명이나 구조 요청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소한 인물들의 범죄 혐의 입증 뿐만 아니라 이 씨의 실종 및 사망 경위와 관련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도 내놔야 하는 셈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해 '자진월북'으로 정리한 허위 자료를 관련 부처에 배부하거나 허위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작성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소명하기 위해선 이 씨가 '자진 월북'하지 않은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씨가 헤엄쳐간 것이 아닌 표류하다가 북한에 도착한 것도 입증해야 한다. '자진 월북'이 아니라는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 등이 '허위'라는 공소사실이 무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