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해 피격 공무원, 자진 월북 아닌 실족"…서훈, 5일 구속 후 첫 검찰조사
입력 2022.12.05 05:14
수정 2022.12.05 07:43
검찰, 비슷한 계절·시간대 사건 장소 직접 조사…"해상 어둡고 조류 강해 실족 후 표류"
서훈 영장심사서 변호인 측과 공방…서훈 변호인 "동료 구조요청 못 들어, 실족 가능성 작아"
재판부, 서훈 직접 심문하며 文정부 의사결정 과정·근거 상세히 확인 "월북 표현, 왜 사용했나?"
서훈 변호인 "방어권 보장 위해 불구속 수사·재판 필요…구속적부침 청구 방안 검토中"
'서해 피격' 해양수산부 공무원, 故 이대준 씨는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사건 당시 실족해 바다에 빠진 후 북측으로 표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5일 구속 후 첫 검찰조사를 받는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일 서훈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올해 9월 현장검증 내용을 토대로 사건 당시 해상 상황 등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씨가 실종됐을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탔던 무궁화 10호와 동급인 무궁화 5호를 타고 직접 바다로 나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 씨가 바다에 빠진 시각은 초가을인 9월 21일 오전 1시 51분쯤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비슷한 계절과 시간대에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조사한 결과, 해상이 매우 어둡고 조류도 강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씨가 실족해 바다에 빠진 뒤 거센 조류에 휩쓸려 미처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하고 표류했을 가능성을 법원에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문재인 정부 발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며, 대북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뤄진 왜곡·조작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 변호인 측은 이 씨가 수영을 잘했고 당시 배 옆에 줄사다리가 내려져 있었다며, 같은 시간대 근무한 동료도 구조요청을 듣지 못한 만큼 실족 가능성은 작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정부의 수사 결과는 정보와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논의를 거쳐 내린 최선의 판단이었고, 의도적인 사건 축소나 왜곡은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심사를 담당한 김정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 역시 1시간 이상 서 전 실장을 직접 심문하며 당시 정부 의사결정 과정과 근거를 상세히 확인했다. '월북'이라는 표현의 어감이 부정적임에도 정부가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경위가 무엇이냐는 질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씨 사망 전후로 청와대 내에서 생산된 문서 가운데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문서가 여럿 있다는 점도 집중 부각시켰다.
이 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직후 이뤄졌던 대통령 서면보고를 포함해 다수 문건이 기록관에 남아 있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전 정부 관계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록을 선별해 삭제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반면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청와대에서 생산한 모든 문서가 기록관에 이관되는 건 아니고, 특정 문건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없었다고 거듭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은 5일 구속 후 첫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서 전 실장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