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누구야!’ 만화 같은 황희찬·손흥민 합작 반전골
입력 2022.12.03 08:40
수정 2022.12.03 08:43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시간, 놀라운 돌파와 정교한 슈팅으로 역전골
햄스트링 통증으로 출전 못해 답답했던 황희찬, 결정적 순간에 활짝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이면서도 믿기지 않는 기술이 묻어난 역전골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일(한국시각)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피파랭킹 9위)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우루과이전 무승부에 이어 가나전 패배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한국은 ‘강호’ 포르투갈을 깨고 조 2위로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전반 27분 김영권 동점골로 1-1 균형을 이뤘지만, 승리까지는 1골이 모자랐다. 후반 추가시간을 앞두고도 리드를 잡지 못했다. 후반 막판에는 코너킥까지 허용하며 수세에 몰렸다. 그렇게 16강의 꿈이 깨지는 듯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코너킥 상황에서 볼이 박스 바깥에 있는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EPL에서도 폭풍 질주 드리블을 과시했던 손흥민은 볼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어 포르투갈 박스 앞까지 내달렸다. 60m 내외의 거리다. 코너킥에 가담했던 포르투갈의 수비수들이 사력을 다해 손흥민을 저지하려 했지만, 그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잠시 멈춘 사이 포르투갈 선수들이 앞을 막았다. 괜히 멈춘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박스로 침투하는 황희찬의 움직임을 보면서 포르투갈 수비수 사이로 볼을 찔러줬다. 손흥민에 집중해 황희찬을 놓친 사이 문전에서 공간이 생겼다. 황희찬은 손흥민이 찔러준 볼을 정교한 슈팅으로 극적인 역전골을 만들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황희찬 골이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피치로 들어와 황희찬과 손흥민을 껴안고 환호했다. 0-1로 끌려갈 때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가를 부른 한국 관중들 앞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와 함성에 푹 빠졌다.
저돌적인 돌파가 특장점인 황희찬은 EPL 무대서 기량을 키우며 황의조-이강인 등과 함께 큰 기대를 모았던 공격수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에서 벤치를 지켜야했다. 누구보다 뛰고 싶었던 황희찬은 회복 훈련에 더 열을 올리면서 포르투갈전을 기다려왔다. 통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팀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후반 20분 드디어 교체 출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며 한국에 환희를 안겼다.
경기 후 황희찬은 “(손)흥민이 형이 ‘오늘은 너가 하나 해줘야 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어떻게든 내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뛰었다”고 전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는 "정확히 20년 전 꿈꿨던 무대다. 20년 후 팀동료, 가족, 국민들과 함께 자랑스러운 순간을 만들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모두 너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과 스토리는 16강 진출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놀라운 역전극으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오는 6일 ‘피파랭킹 1위’ 브라질과 8강행 티켓을 놓고 다시 한 번 만화 같은 기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