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식품업계, 연말 가격인상 결정…내년엔 안정화 될까
입력 2022.12.02 06:47
수정 2022.12.02 06:47
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 부담…가격 인상 잇따라
환율 등 여전히 ‘불확실성’ 높아…내년에도 지속
올초부터 시작된 식품업계 가격인상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유·유제품을 비롯한 전반적인 식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을 넘어, 인스턴트 커피와 음료 가격 역시 상향 조정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등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연말을 앞두고 소비 위축과 함께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저항까지 우려가 크다는 반응이다. 기업이 감내해야 할 사회적 부담 역시 더욱 커졌다는 하소연도 뒤따른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부터 커피와 주스, 생수 등 음료 10종의 가격을 평균 4% 올린다. 델몬트 주스와 칸타타, 레쓰비, 아이시스 등이 대표적이다. 음식점에 납품하는 업소용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가격도 인상된다.
롯데칠성음료가 업소용 탄산 가격을 올리는 건 약 2년 만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탄산음료는 이번 인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글로벌 원재료 값이 뛰면서 제조 원가 부담이 가중돼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LG생활건강도 이달을 기점으로 미닛메이드와 파워에이드, 토레타, 몬스타 등 음료 4종 가격을 평균 6% 인상할 예정이다. 다만 코카콜라는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가격 조정 품목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두부와 참기름 등 밥상물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가공식품이 일제히 출고가를 상향 조정했고, 케첩 등 소스류와 맛밤 등 간식류도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앞서 하반기 유업계 가격 인상도 본격화 된 바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주요 유업체는 일제히 흰 우유 등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여기에 동원F&B와 빙그레, hy도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유제품 공급 업체에도 지난 17일 본격적인 인상에 맞춰 우유는 물론 생크림과 휘핑크림 등 유제품에 대한 새로운 가격을 통보해 오른 가격으로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 우유의 경우 1리터당 200원, 생크림은 500g에 500~1000원 가량 일제히 가격히 올랐다.
◇ 내년에도 ‘불활실성’ 높아…추가 인상 가능성도
식품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원가 상승’을 꼽는다. 원가 부담을 최대한 감내해왔지만, 계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입산 원재료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가격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원부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주요 식품사들이 제품가 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달러 초강세에 따른 고환율 영향이 더해지며 가공식품을 필두로 내년도 도미노 가격 인상이 다시 한 번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다.
식품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밀, 대두, 옥수수 등 수입 비용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수입 원자재 구매 타이밍을 늦추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식량 위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가 한정적이라 공급량이 한 없이 부족한 데다, 기업들이 제품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상품성이 뒷받침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건비, 물류비 등이 모두 치솟은 상황이란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 구매 시기를 늦춰도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 원자재를 들여와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서 내년도 업체들이 어렵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환율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원재료 값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아 상반기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식품업체의 제품 가격 인상은 외부요인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보니 확답하기 어렵지만, 원물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원달러 고환율이 유지되면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체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이미 진행한 가격인상을 통해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고환율이 유지된다면 추가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