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퇴장' 테일러 주심, 월드컵 무대서 밉상 재확인
입력 2022.11.29 01:17
수정 2022.11.29 01:21
가나전 추가시간 코너킥 기회 자르고 감독에게 과한 퇴장 명령
전반 핸드볼 논란일 수 있는 골 상황에 대해 온필드리뷰도 통과
축구팬들 눈높이 맞지 않는 경기진행으로 밉상 이미지 굳혀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 가나전을 통해 밉상 이미지를 굳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조규성의 멀티 헤더골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23분 문전에서 쿠두스에게 결승골을 허용하고 2-3 분패했다.
가나는 카타르월드컵 조추첨 직후부터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겼다. 포르투갈-우루과이와 같은 4강 후보들과 한 조에 묶인 한국이 16강에 오르려면 조 최약체로 불리는 가나는 반드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나는 이번 월드컵 참가국 중 피파랭킹(61위)이 가장 낮은 팀이다.
기대했던 결과와는 너무 달랐다. 예상 밖으로 3골이나 내주면서 승점은 1점도 따내지 못했다. 가나에 패한 한국은 16강 티켓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 H조 전력 구조상 가나를 꺾지 못한다면 16강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나전 패배로 벤투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를 이긴 상태에서 다른팀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강호 우루과이와 대결에서의 선전을 떠올리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결과다. 여기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주심의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 진행까지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가나전 주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이미 악명이 높은 테일러다. 지난 시즌 EPL에서 5차례 레드 카드를 꺼냈다. 경기당 0.18개. EPL 22명의 심판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번 시즌에도 EPL·UEFA 챔피언스리그 등 19경기에 출장해 두 차례 레드 카드를 꺼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테일러 심판이다. 2019년 12월 손흥민에게 레드 카드를 꺼냈던 심판이기 때문이다. 2019-20시즌 EPL 18라운드 토트넘-첼시전. 손흥민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독일)과 넘어진 상황에서 발을 뻗었다. 당시 테일러 심판은 ‘보복성 행위’로 간주하며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고, 손흥민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퇴장 장면은 EPL 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이미지가 좋지 않은 테일러 주심은 이날 한국 축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종료 휘슬을 불어버렸다. 2-3 끌려가던 한국은 추가시간 파상공세를 펼치며 가나 골문을 두드렸다. 10분이 주어진 추가시간에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5~6명의 선수를 박스에 배치한 가나의 골문을 뚫지 못했다.
추가시간 종료 직전 권경원의 중거리슈팅이 가나 선수를 맞고 나가 마지막 코너킥을 얻는 듯했다. 마지막 공격에서 극장골을 기대했던 한국 선수단과 팬들에게 테일러 주심은 찬물을 끼얹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을 다 썼다고 해도 코너킥 등 의미 있는 공격 전개가 이뤄질 때는 지켜보는 것일 일반적이다. 추가시간 내 추가시간까지 생각하면 충분히 코너킥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테일러 심판은 가차 없이 종료 휘슬을 불며 한국의 패배를 확정지었다.
이에 격분한 벤투 감독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테일러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한국의 일부 선수들도 코너킥을 없애버린 테일러 주심에게 격하게 불만을 토로했지만 벤투 감독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분했다. 그런 벤투 감독을 향해 테일러 주심은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로 인해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가나전 패배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포르투갈전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감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분명 불리한 조건이다.
코너킥을 자르고 항의하는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 테일러 심판은 가나전 첫 실점 때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한국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전반 24분 가나 안드레 아이유 손에 맞고 떨어진 공을 모하메드 살리수가 마무리해서 골문을 갈랐다. 손에 맞았기에 비디오판독(VAR)을 거쳤지만 핸드볼은 선언되지 않았다. 판정을 떠나 테일러 주심은 온필드리뷰도 하지 않는 진행으로 불만을 키웠다.
3골이나 얻어맞고 패한 팀이 주심 탓을 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분명 테일러 주심의 경기 진행 방식과 결정은 축구팬들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경기 중 심정지 상태에 빠진 에릭센의 상황을 파악하고 긴급히 대처해 호평을 받은 사례도 있지만, 적어도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가나전을 통해 밉상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