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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기다렸는데 출고 연기"… 화물연대 파업에 속타는 그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2.11.28 13:41
수정 2022.11.28 13:50

멈춰선 카 캐리어… 완성차 보관할 공간 부족

현대차·기아, 로드탁송 거부시 파업 이후 생산 물량 배정

화물연대 파업으로 소비자-완성차 기업간 갈등 초래

28일 오후 정부-화물연대 첫 교섭… 접점 찾을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A씨는 지난 26일 꼬박 1년을 기다린 제네시스 차량을 출고 받기로 했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선택지가 로드탁송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거절할 경우 순번이 넘어가 내년 생산되는 차량을 받아야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식 차량을 받을 경우 대기 기간은 물론 차량 금액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B씨는 지난 25일 차량을 출고 받기로 한 뒤, 전날 미리 잔금을 치루고 보험도 들었다. 하지만 출고 당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게됐다. 울며 겨자먹기로 차량을 직접 가지러 가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기다려 차를 출고 받을 예정이었던 소비자들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출고일이 일주일~열흘 가량 미뤄졌고 일부 소비자는 무기한으로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으면서다. 로드탁송(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차를 인도하는 방식)을 거부할 경우엔 파업 이후 생산물량을 받아야해 사실상 내년 출고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완성차업계 역시 궁여지책으로 로드탁송을 권유하지만 각 차량을 직접 고객에게 이송해야하는 만큼 출고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생산 차질도 우려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파업이 길어질 수록 소비자들과 완성차업계의 피해 역시 커질 전망이다.


28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부터 차량을 출고받기로 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출고 대기 기간 연장은 물론 로드탁송을 거절할 경우 순번에서 밀려나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다수다.


제보자 A씨는 "1년을 기다렸는데 차량 결함도 아니고 화물 파업 때문에 이미 생산된 차를 못 받는다고 하니 차를 생산한 곳에 따져 물을 수도 없고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차를 직접 가지러 가기 어려운 상황인데 로드 탁송을 받지 않으면 순번이 넘어간다고 안내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연차까지 사용해 차량을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앞서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인한 여파다. 카캐리어(완성차를 운송하는 화물차)를 끄는 운전원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출고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로드 탁송을 권유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로드탁송을 위해 직원 1000여명을 투입한 상태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기다린 신차를 타인이 운전했다는 게 찜찜해 이를 거절하거나 불쾌해하는 소비자도 다수다. 로드 탁송을 받은 후 주행거리가 늘고, 로드탁송을 담당한 직원이 차량을 험하게 다룰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대차·기아가 로드탁송을 거절할 경우 파업 이후 생산된 물량을 배정받아야한다고 안내하면서 완성차기업에까지 불씨가 옮겨붙기도 한다. 사실상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소비자와 완성차 기업 간 갈등까지 불거진 셈이다.


게다가 완성차업체의 경우 차량 출고 지연에 따른 생산 차질의 가능성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매달 10만대 이상을 출고해야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 되면 적치공간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생산된 차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지면 결국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지만 당장은 로드탁송을 권유하면서 고객들이 빠르게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로드 탁송으로 인도받은 고객에게는 기존 보증기간에 2000km를 연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 되나… "즉각 중단 촉구" 목소리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화물연대가 정부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오후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파업 후 첫 교섭이 예정됐지만, 정부는 '업무 개시 명령'을 예고했고 화물연대 역시 저항 의사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운송거부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점, 항만 등 주요 물류시설의 운송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점, 수출입 화물의 처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해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예정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완성차업계와 소비자들의 피해 역시 커질 전망이다. 이에 화물 연대에 파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산업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14개 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안전운임제를 빌미로 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다. 안전운임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대체 차량 투입 등으로 집단 운송거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주기 바라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대화에 복귀하여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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