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누구인지 김만배는 알고 있다 [박찬제의 기출문제]
입력 2022.11.24 07:02
수정 2022.11.24 10:28
4040억원 챙긴 대장동 민간업자들…천화동인 1호가 1208억 가져가
천화동인 1호 지분, 화천대유가 100%…화천대유 지분은 2016년까지 김만배 몫
화천대유 2016년부터 지분 변경 상황 비공개…2017년 4월부터 분양 수익 얻기 시작
검찰, 화천대유 지분구조 다시 들여다 볼 계획…"지분 모두 내 것"이라는 김만배, 사실일까
검찰 수사로 구속기소됐던 '대장동 일당'이 하나둘씩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면서 폭탄 발언을 내뱉고 있다. 이에 따라 '천화동인 1호'의 실질적인 주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민주당 측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에 지분이 있다는 이야기에 '3류 시나리오'라며 코웃음치는 모양새지만, 검찰의 수사 방향이나 대장동 일당의 입은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이른바 '대장동 사건'이 수면 위로 솟아 오른 이후,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질문은 뜨거운 관심사였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은 4040억원의 수익을 벌었는데, 천화동인 1호는 이중 1208억을 홀로 챙겨갔다.
천화동인 1호의 지분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100%를 가졌다. 그리고 화천대유는 2016년까지 김만배 씨가 화천대유의 지분을 100% 보유했다고 공시했는데, 그 이후부터의 지분 변경 상황은 비공개 상태다.
검찰은 우선 화천대유의 지분 구조부터 다시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화천대유는 2017년 4월부터 건설회사에 택지를 평당 1653만∼1943만 원으로 분양하면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화천대유의 지분 변경 상황이 비공개 된 시기와 분양 수익을 올린 시기가 겹치는 셈이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검찰에 대장동 일당 간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가 '그 분'의 것이라며, 김 씨가 가진 지분이 100%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논란이 되자 김 씨는 검찰 수사 초기 "지분은 모두 내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은 최근 구속에서 풀려난 남욱 변호사의 발언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남 변호사는 지난 21일 법정에서 "천화동인 1호 (일부) 지분이 이재명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이 대표를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지목하기엔 성급해 보인다. 아직 이 대표가 연루됐다는 확실한 물증도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아직 제대로 된 검찰 조사도 한 번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를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24일 새벽 출소한 김만배 씨의 입이다. 그는 석방 일성으로 이미 여러 차례 법정에서만 얘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대장동 의혹 관련 대다수 증언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이런 저런 말 바꾸기의 도마 위에 올린 '그분'이 누구인지 김 씨는 알고 있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이 재점화 되기 전부터 이 대표를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여왔다. 민주당에서 검찰 수사를 두고 이미 '보복 수사'나 '정치 수사'라고 비판하고 있는 만큼, 수사팀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커진 판에서 이 대표를 불기소한다거나 기소 후 무죄가 나온다면 검찰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