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진 '주호영 어깨'…與, 예산안 처리 후 '이태원 국조' 당론
입력 2022.11.23 12:15
수정 2022.11.23 12:17
국민의힘, 의총서 '선 예산, 후 국조' 당론 채택
국조 대상·범위·기간 등 '원내대표단'에 일임
정진석 "예산 후 국조 피할 이유 없어" 朱 격려
주호영 "원칙에 맞지 않는 요구는 수용 못 해"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내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한 후 실시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야(野)3당이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강행을 예고하자,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기존 '불가론'을 굽히고 막판 협상에 임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여야 간극이 좁혀졌단 평가가 나오지만, 아직 예산안과 국정조사의 대상·범위·기간 등 갈등 지점이 남아있는 만큼 협상 전권을 쥐게 된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가 여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 이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의총) 승인을 받았다"며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내일 의결하겠다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 계획을 조금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제안대로 우리 요구대로 예산안 처리 이후에 실질적인 국정조사 실시에 들어간다면 그 점을 원내대표단에 위임하겠다는 게 결론"이라며 "구체적인 국조 계획에 대해선 원내대표단이 위임 받아서 협상을 하되 협상에서 많이 양보는 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내에선 주 원내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협상에 임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기존 '선 수사 후 국정조사'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정기국회 내 예산안 및 주요 법안을 처리한 뒤 국정조사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한 이가 바로 주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다.
우선 당내에선 협상의 전권을 쥐게 된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예산안을 처리한 후 국정조사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협상을 잘 이끌어 왔다. 따라서 지금 여야 협상이 진전이 되고 결론에 도달하는데 의원들이 지혜와 고민을 모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론이 '선 예산안 후 처리'로 정해지면서 여야 협상의 물꼬가 트였지만 조사 대상기관, 기간, 범위 등에선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3당은 국정조사 계획서에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 법무부, 대검찰청 등을 조사 대상기관으로 포함시켰지만 여당은 국정조사 합의 타결 시 이를 재논의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기간의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에서 끌려가듯이 국조하지 말라는 당부들이 많았다. 진실을 밝히는 범위 내에서 국조 과감하게 하되 정쟁으로 끌려가는 국조는 단호히 배격한다는 협상 지침이라든지 요청이 있었다"며 "(민주당과) 의견 접근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조사 원칙에 맞지 않는 요구, 과도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내일 (본회의 처리를) 할 수 있을테고, 협상에서 의견 차이가 나면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여당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킬 수 있는 협상 방향을 예고하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도 "상임위를 진행하면서 보니 이 사건은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이 핵심이다. 그러나 야당이 하는 행태는 거의 대통령, 장관 쪽"이라며 "민주당의 진상규명은 현실적으로 될 수 없는데 주객전도이자 본말전도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주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오는 24일 국정조사를 일방적으로라도 무조건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을 상대로 '선 예산안 후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막혀 있던 협상의 물꼬를 트는 한편,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심의를 핵심 현안 문제로 끌어올린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당 간 협상을 이끌어가는 게 원래 쉽지 않고 또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어 원내사령탑인 주 원내대표도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당내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를 선출한 것도 그를 믿고 있기 때문이며 여태 누구보다도 협상 잘 이끌어 왔기 때문에 당이 모아준 의견대로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