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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지연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플랜B'는 없나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2.11.21 13:01
수정 2022.11.21 13:03

미국·영국 경쟁당국, '독과점' 우려 기업결합 심사 유예

합병 무산시 韓 항공산업 경쟁력 악화… 대책 필요성 제기

아시아나항공 도산 우려도… 재무구조 악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각 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미국, 영국 심사 유예라는 암초를 만난 가운데 관련 업계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초 합병을 밀어붙였던 산업은행에서 '플랜B'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합병을 제안한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에서도 추가적인 대책을 세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당초 기업결과 심사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지난 16일 시간을 두고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시장경쟁청(CMA) 역시 지난 15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 유예를 결정했다.


미국과 영국이 문제삼은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시 여객과 화물 독과점이다. CMA는 합병 시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 화물 운송 부분에서도 경쟁이 감소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역시 시장 경쟁성 침해를 우려해 미주 노선 독과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 노선이 많고 복잡해 시간을 좀 더 갖고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심사 과정에도 적극 협조해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이 최종적으로 반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두 나라가 독과점을 문제삼아 심사 기간을 유예한 만큼 남은 심사국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미국보다 심사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EU에서 추가적인 제동을 걸 것이란 예측도 힘을 얻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끝을 모르고 길어지면서 업계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도 고개를 든다. 합병이 무산된 후 재무구조가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이 자체 생존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여객 수요 회복 영향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갔음에도 부채비율은 1만%를 넘겼다. 합병 시기가 늦어질 경우 재무구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 통폐합의 필요성은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생존은 장담할 수 없고, 만일 최악의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도산할 경우에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의 M&A가 불발됐을 때의 플랜B가 없다’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하게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현재 플랜B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두 항공사의 합병은 무조건 된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는데 어떻게 미래를 장담할 수 있나"라며 "영국과 미국에서 다행히 불허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EU나 중국 등 남은 국가에서 반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최악의 상황까지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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