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단절에도…尹정부는 왜 대북구상 '유효성' 주장하나
입력 2022.11.15 04:30
수정 2022.11.15 04:30
3D 접근법 가운데
억지(deterrence)와
단념(dissuasion)에 무게 실려
"지금 이 순간 가동되고 있어"
지난 광복절에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구상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채 3개월을 맞았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대한 구상'을 공개 거부한 데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미 동맹에 기초한 군사 대응방안에 무게가 실리자 협상 재개 기대감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는 담대한 구상의 '3대 접근법(3D)' 가운데 협상 국면 조성을 위한 △억지(deterrence) △단념(dissuasion)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 만큼, 해당 구상의 '유효성'을 거듭 강조하는 분위기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미국·일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지 강화를 강조한 것과 관련해 "대북정책의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일 차원의 억지력 강조가 '대북 강경책'으로 비친다는 일각의 평가에 선을 그은 것이다.
조 대변인은 이번 한미일 공동성명에 북한 위협에 대한 단호한 억지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도 담겨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공동성명이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가 아닌, 기존 대북정책의 연속성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견지하는 차원에서 압도적인 억지력 확보와 제재 이행 등의 압박 조치를 병행해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단념시키고, 외교 및 대화(dialogue)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의 3D 접근법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영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은 이달 초 국립외교원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협상 복귀가 아닌 지금 이 순간부터 가동되고 있는 구상"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해나가는 게 담대한 구상의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전 단장은 북한이 도발을 거듭하는 상황에선 △확장억지 및 국방·안보 차원의 대비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압박 공조 협의 등 3D 가운데 상대적으로 억지와 단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다만 "북한이 어느 순간 대화에 나올 수 있다"며 관련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는 차원에서 윤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 부처가 많은 논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 단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거부했다고 해서 (담대한 구상을) 중간에 많이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북한이 만약 대화에 나오면 지금 이야기한 것 이상으로 더 과감한 얘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공개한 경제 분야 조치 외에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치·군사적 조치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고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면서도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김 위원장의 해당 발언과 관련해 "담대한 구상이 바로 정치·군사적인 상황의 변화까지 생각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바 있다.
권 장관은 "나중에 신뢰가 쌓이면 그때 가서 정치·군사적 협력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상) 초기부터 정치·군사적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며 "북한이 우리 담대한 구상에 대해 좀 더 연구해서 하루빨리 대화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