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높여 계열사 부당지원…한국타이어 검찰 고발 당해

공정위, 부품사 수직계열화 과정서 부당지원·사익편취 제재

2세 경영인 조현범·조현식에는 부당이익으로 배당금 몰아줘

타이어몰드 고가로 구매, 한국타이어 그룹에 80억원 과징금

대기업인 한국타이어가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수직계열화 하는 과정에서 기업 총수 등 특수관계인이 상당한 지분을 취득한 후 계열사에 이익을 주는 가격정책을 통해 부당내부 거래를 약 4년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익을 보전하는 수단으로는 원가를 과다 계상하는 새로운 단가정책을 통해 타이어의 패턴·디자인·로고를 구현하는 틀인 타이어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원가 과다계상 구조 ⓒ공정위

단가는 외형상 매출이익률 25%(판관비10%·이윤15%)를 반영하면서도, 단가 산정시 제조원가를 실제 원가보다 과다 반영해 실제로는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토록 설계했다.

이로 인해 관련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의 경영성과가 부당한 방법으로 개선됐고 국내 몰드 제조시장에서의 경쟁상 지위가 유지·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가 저해됐으며,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주주인 동일인 2세 조현범·조현식은 상당한 배당금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80억원을 잠정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배구조를 정점으로 해 총 23개 국내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 총액은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한 계열사 간 부당지원을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신단가 정책을 통한 원가 과다계상 방식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를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의 기간 동안 지원했다.

한국타이어는 2009년 타이어몰드를 장기간 납품해온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인수를 추진, MKT홀딩스(한국타이어 50.1%·조현범 29.9%·조현식 20.0% 지분)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법으로 MKT를 2011년 한국타이어 그룹에 계열 편입시켰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2013년까지 기존 단가체계를 유지한 채 거래물량을 늘려 인수 이전보다 크게 영업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지만, 이는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물량을 MKT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달성된 것으로 발주물량이 감소한 비계열사의 불만을 샀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MKT의 이익보전을 위한 새로운 타이어몰드 구매정책을 모색, 가격 변별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신단가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이윤 15%를 보장했는데(판매단가 기준 25% Mark-up 방식),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자신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동종업계인 금호·넥센 등 다른 제조사는 몰드 제조사에 판관비나 이윤 등을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상 제조원가를 실제 제조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목표 매출이익률(40%) 이상이 실현되도록 신단가표를 적용했다.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높았고, 구단가 적용 대비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마련하는 등 과도한 가격인상 부담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MKT 인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이 같은 지원행위를 장기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원행위로 인해 MKT가 수취한 이익은 MKT 인수 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면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2015년까지 MKT홀딩스 합병시 인수한 잔여차입금 348억5000만원 상환을 완료했고, 이후 2016년~2017년 동일인 2세(조현범·조현식)에게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한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회사를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