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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와 송강이는 죄가 없다 [송오미의 여의도잼]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2.11.08 07:00
수정 2022.11.10 16:00

김정은 선물 풍산개 위탁 관리 놓고, 尹·文 측 공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0월 관저에서 북한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수컷 '송강'을 어루만지고 있다. ⓒ청와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20년 27.7%까지 증가했다. 2022년엔 이보다 더 늘었을 테다.


단어의 사용도 달라졌다. 사전적 의미로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개'라는 뜻의 '애완견'보다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라는 의미의 '반려견'으로 표현하는 게 더 익숙하다. '펫팸족(Pet+Familiy 합성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신조어)' 증가로 '펫테크', '펫테리어', '펫캉스', '펫푸드' 등 펫 관련 산업이 다양해지면서 '펫코노미(Pet+Economy, 반려동물산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당연시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에선 난데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들의 거취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이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갔던 풍산개 '곰이(암컷)'와 '송강(수컷)'에 대한 위탁 관리를 중단하고,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사실이 7일 알려지면서다. 곰이가 낳은 새끼 '다운이'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날 한 언론은 월 최대 250만원 규모의 '개 관리비' 예산 지원 문제로 문 전 대통령 측이 풍산개들에 대한 파양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사룟값이 아까웠나.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권성동 의원), "반려동물은 감정에 따라 데려갔다, 버렸다가 하는 존재가 아니다"(허은아 의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풍산개들은 법적으로 국가소유이고 문 전 대통령 퇴임 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었으나,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그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정부와 협의가 이뤄졌고, 윤석열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도 선의의 협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은 "다만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는 까닭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며 "그에 따라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하였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그 후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하여 재입법예고 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셔라'고 해 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이라며 "법령 개정이 어렵다면 현행법령대로 기록관에서 키우는 것이 맞다는 평산마을의 판단을 '사료값' 운운하면서 비아냥대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치사함을 가려보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28일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풍산개 3마리의 '양산행'을 허락하고, 시행령 개정을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곰이와 송강이의 합법적인 양육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돈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 때문이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쏘아붙였다.


공방이 확산되자 대통령실도 공지문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 측에서 풍산개를 맡아 키우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대통령실이 반대하여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현행법상 모호한 관리 책임에서 불거진 논란이 '신구 권력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정쟁이 여의도 일상이라지만, 전직 대통령 반려견의 거취를 두고서까지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이 낯 뜨겁다. '퍼스트독'이었던 곰이와 송강이는 죄가 없다. 곰이와 송강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건승하길 바란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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