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명대사㉜] 또 '뭣이 중헌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입력 2022.11.05 15:29
수정 2022.11.06 14:01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의도된 정신 없음, 가지런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불편해 일찌감치 추적을 포기한다면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독툭한 B급 감성을 즐기고, 영화 세계관 안에서는 더 많은 '나'들이 이 우주에 동시 존재할 것임에도 그나마 서너 가지로 추린 결과려니 양해한다면 끝까지 따라갈 수 있다.
영화 흐름을 따라가기만 하면 신선한 웃음과 액션에 키득거리고, 생각지 못한 쪼르륵 한 줄기 눈물을 맛볼 수도 있다. 영화 따라잡기에 손을 놓아버리면 시간을 내 낮은 별점을 매길 수 있다.
별점 1개와 10개, 중간은 없이 극단으로 평가가 나뉘는 문제작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 다니넬 콴·다니엘 쉐이너트, 수입 ㈜더쿱디스트리뷰션, 배급 워터홀컴퍼니㈜)이다.
그저 코미디영화로 즐기기엔 내용이 복잡다단하고, 1990년대 여행의 동반자 허리춤 가방을 이용한 신선도 높은 액션과 쿵푸 무술만 즐기기엔 화면이 괴기스럽다. 물론 즐기기 시작하면 이 모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요소가 즐거움의 원천이 된다.
모든 것에 의견이 갈려도 이 영화의 주제의식에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바른 틀'에 가두다 그 어떤 빌런보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엄마이고, 우주 최강 빌런의 마음을 되돌려 선한 의지를 끄집어낼 수 있는 것도 엄마다. 엄마는 무한에 가까운 우주 안 멀티버스 세상의 수천수만 가지 가능성, 지금보다 멋지게 살 수 있는 경우의 수들을 제치고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을 택할 것이다. 아무리 남루한 인생이어도. 왜? 내 아이가 여기에 있으니까.
맞다, 진리와도 같은 명백한 이야기를 참도 어렵게 풀었다. 사실, 세상의 예술들이 다 그렇다. 신선한 얘기를 익숙한 형식으로 보여 주면 친절하겠으나, 보통은 익숙한 얘기를 신선한 형식으로 보여주곤 한다.
일례로, 영화 '인터스텔라'가 우리 인간 세상과 인생에서 '사랑'이 가지는 의미를 6차원 공간에 더해 우주 저 먼 끝까지 확장해 펼쳐 보여 주었듯. '에브리씽…'은 부모와 자식의 문제,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는 '모성'의 본질을 숱한 멀티버스, 멀티버스마다의 숱한 나, 멀티버스 간의 이동, 우주의 파괴와 균형 문제로 풀었다.
왜? 예술은 떠 먹여 주지 않는다. 우리의 머리를 한 대 툭 치고 지나갈 뿐이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지 말지는 우리의 선택이고, 예술은 그 계기를 줄 뿐이다.
물론 '에브리씽…'의 매무새가 수퍼S급 '인터스텔라'처럼 우리에게 비판보다는 경외를 불러일으키도록 다듬어지진 않았다. 완성도라는 게 쉬운 길은 아니지만, 포기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에브리씽…'은 일부러 더 독특하고 더 생경한 표현방식을 택했다. 마치 우주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는 듯,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듯. B급의 묘미와 개성이 지켜지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스 듀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의 재기발랄함, 이들을 믿고 지지하고 영화를 제작한 루소 형제(안소니 루소, 조 루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연출). 새로이 길을 내는 '띵작'에 힘을 보탠 양자경과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과 제이미 리 커티스, 대단한 노익장 액션을 과시한 제임스 홍 등의 배우들. 그 쉽지 않은 길을 마다하지 않고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 영화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참. 명대사를 빼먹을 뻔했다. '다 부질 없는 것을'.
이 말은 다 소용 없으니 아무 것도 할 필요 없고 애쓰며 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비관의 언어가 아니다. 아이가 바르게 크길, 건강하게 먹어 살찌지 말고 동성애도 하지 말고 뭣도 하지 말고, 이런 모든 것들이 오늘 살아있고 오늘 아이와의 관계가 행복한 바탕 위에서나가 비로소 가치 있는 '다 부질 없는' 소소한 일이라는 얘기다.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을 떠나 모든 인간 관계 그 관계 맺음의 방식에 관해 성찰의 기회를 얻고 싶다면 예매하자. 캡틴 마블을 능가하는 우주 최강 마더 양자경, 영화 '구니스'의 그 귀여웠던 중국인 소년 왕 군의 오늘을 보는 반가움도 쏠쏠하다. 당신의 머리에 어떤 식으로든 신선한 자극을 줄 한바탕 소동극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기왕이면 큰 화면으로, 극장에서 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