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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㊳] 검찰 항소범위 제대로 심리못한 법원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2.11.06 06:03
수정 2022.11.06 06:03

약사법 및 건강보험법 위반·사기 혐의 기소 피고인…2심서 약사법 위반 판단은 빠져

법조계 "1심서 상소하면 기소된 혐의 모두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2심 판단 잘못"

"법원이 검사의 항소가 명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항소됐다고 본 선례 생긴 것"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서도 이번 판례 적용될 것…파기환송한 대법 판결 매우 정상적"

법원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항소이유서에 상세한 내용을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의 항소 범위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검사의 항소 이유를 판단하지 않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는데, 향후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항소 이유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일은 드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약사 A 씨의 약사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 씨는 2015∼2017년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B 씨의 약국에 근무하는 것처럼 이름만 올리고 매달 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B 씨와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A 씨에게 사기 방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방조,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나 1심에선 모든 혐의에 무죄가 나왔다. 2심은 1심과 달리 A 씨의 사기 방조와 건강보험법 위반 방조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도 약사법 위반죄는 판단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항소를 하는 경우 항소장을 7일 이내에 먼저 내야 한다. 항소이유서는 소송 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뒤 20일 이내에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항소장에는 1심 판결에 대한 불복의 범위를 명시하라는 규정이 없다. 통상 상소는 재판 전부에 대해 불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상소는 재판의 전부에 대하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에 대하여도 상소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 제342조 규정을 해석할 수 있다"며 "검찰이 항소하면서 항소장에는 '전부'라고 적은 뒤, 항소이유서에 약사 면허를 대여한 부분을 기재한 만큼 항소심이 약사법 위반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은것은 잘못되었다고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데일리안 DB

킹덤컴 법률사무소 박성남 변호사는 "삼권 분립과 기소, 재판분리 원칙에 비춰 타당성을 신중히 판단하라고 주문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이라도 스스로 기소하고 재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검사의 항소가 명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항소가 되었다고 본 선례가 하나 더 생겼다"며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죄인에게 죄를 적절히 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공간 김한규 변호사는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도 이 같은 판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경우 피고인 변호인 측도 충분히 변론 의견서를 제출해 방어권을 행사한 만큼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며 "파기환송심을 통해 원심에서 검사의 항소 여부에 관해 확인한 뒤, 다시 판단하라는 절차이기에 매우 정상적인 판결"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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