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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가사도우미 제외한 퇴직급여법 합헌"…왜?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2.11.03 02:19
수정 2022.11.03 02:19

헌재 "퇴직급여법, 사용자에게 여러 의무 강제…사생활 침해 우려도"

"돌봄 수요가 큰 취약계층, 퇴직급여법 적용시 가사인용 어려워져"

원고 측 변호인 "전문 가사노동자 많은데 달리 취급할 이유 없어"

헌법재판소 ⓒ데일리안 DB

가사·보육·간병 등 업무를 하는 가구 내 근로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이 합헌 결정을 받았다. 이들이 퇴직급여법을 보장받게 되면 이용자가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국가의 감독을 받게 돼 결국 돌봄을 필요로하는 취약계층에 고용 부담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A 씨가 퇴직급여법 제3조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가사 근로자로 4년 동안 한 가정에서 일했던 A 씨는 고용인을 상대로 퇴직금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뒤 헌법소원을 냈다.


퇴직급여법 제3조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구 내 고용 활동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A 씨 측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 외의 사람을 차별하는 퇴직급여법은 평등권은 물론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가사 사용인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퇴직급여법 적용 범위에서 배제하더라도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며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퇴직급여법은 사용자에게 여러 의무를 강제하고 국가가 사용자의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도록 한다"며 "가구 내 고용 활동에 퇴직급여법을 적용하면 이용자가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국가의 감독을 받게 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관리 감독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병 등 돌봄 수요가 큰 고령 이용자와 취약계층이 퇴직급여법 적용으로 증가하는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면 가사사용인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새로 제정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의하면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퇴직급여법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와 직접 고용관계를 맺은 경우엔 퇴직급여법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 소속 근로자로서 가정에 파견돼 일하는 형식을 갖춘 경우 퇴직급여법 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가구 내 고용 활동에 많은 근로관계 법령이 적용되지 않은 데는 '가사란 당연히 여성이 도맡아 하는 일'이라고 보고 급여를 지급해야 할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던 전통적 고정관념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헌법불합치가 타당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A 씨를 대리해 헌법소원을 낸 나승철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는 "헌재가 현실적 관리 감독 어려움을 이유로 합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문적으로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다른 노동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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