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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는 저축은행①] 여기저기 악재뿐…수익성 '절벽'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2.10.31 07:00
수정 2022.10.31 07:00

부동산 PF·수신금리 경쟁 여파

새출발기금 출범 등 고객 이탈↑

균열은 가장 약한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큰 그릇도 그 작은 균열에 깨지는 법이다. 우리가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이유다. 금융시장의 외연이자 최전선에 자리한 저축은행업계에서 위기론이 흘러나온다. 팬데믹 이후 급변하고 있는 모든 여건이 저축은행을 고난에 빠뜨리고 있다. 제2금융권의 일이라 치부하기엔 금융시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리고 저축은행은 서민과 가장 가까운 금융사다. 그들의 불안이 곧 우리의 일이기도 한 이유다. 금융위기란 단어가 맴도는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저축은행 대출 이미지.ⓒ연합뉴스

저축은행업계가 기준금리 인상과 조달비용 상승 등 안팎의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폭발적인 성장세는 이미 옛말이 된 분위기다.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8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올해로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업계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실제로 최근 5년 간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조435억원 ▲2018년 1조1071억원 ▲2019년 1조2792억원 ▲2020년 1조3895억원 ▲2021년 1조9646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 조절로 저축은행에 중금리 대출 수요가 몰리는 등 수혜를 입고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에 ‘총 자산 100조원’ 이라는 깜짝 소식까지 더해지며 축제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올해는 작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총 89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5.1%(1601억원) 줄어든 규모다. 이는 2013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다.


ⓒ데일리안 이세미 기자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늘린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부동산PF 등이 시장 악화로 부실 위험에 처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부동산PF는 총 2조8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8908억원 증가한 규모다.


부동산PF는 미래에 지어질 건물과 그 건물을 분양 또는 임대해 발생하는 미래현금을 기반으로 실행하는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는 부실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연쇄 부실 재발 방지를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신용공여한도의 20% 이내로 제한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PF 리스크가 발발되면서 고객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이탈은 가뜩이나 시중은행들과의 수신금리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저축은행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 중반을 넘기면서 고객들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기준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42%다. 지난해 10월 2%대였던 금리가 1년 새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 대출 금리가 24%에서 20%로 제한된 만큼 수신금리를 시중은행만큼 올릴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대출 금리 상한선이 낮아지자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릴 경우 수익성이 악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상상인저축은행을 포함한 몇몇 저축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줄이거나 취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된 새출발기금 역시 저축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찾는데, 이들이 만약 부실 우려 차주에 포함될 경우 저축은행은 최대 90%까지 원금 감면을 해야 된다.


저축은행들은 상반기 수익 감소에 이어 하반기도 수익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의 리스크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과의 경쟁, 새출발 기금, 조달비용 부담 등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를 기준으로 업계 양극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속 타는 저축은행②]에서 이어집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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