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킬까, 뱉을까…민주당, 김의겸 '청담동 돌발 폭로'에 혼선
입력 2022.10.28 02:00
수정 2022.10.28 07:03
원내지도부 우격다짐 '감싸기'에도
당 안팎서 우려 속 '빠른 손절' 당부
최재성 "술집서 대통령, 법무장관과
변호사 30명? 설정이 납득 안 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돌발 폭로로 민주당이 혼선에 빠졌다. 지도부는 우격다짐으로 감싸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설정에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빠른 손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27일 당 공식 회의인 정책조정회의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 거론을 이어갔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술자리에 있었다는) 첼리스트의 오빠가 녹취록에 대해 '녹취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며 "사실이라면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생은 돌보지 않고 새벽까지 술판만 벌이는 것이 주사파 아니냐"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은 떳떳하다면 7월 19~20일 사이에 어디에 있었는지 동선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의겸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 자리에서 7월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 명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 등이 청담동 모처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돌발적으로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의겸 의원은 제보를 받았으니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해야할 책무가 있는 것"이라며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인데 왜 국민의힘은 (거짓말로) 단정짓고 그렇게 (징계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 본인이 진실을 좀 더 규명해보겠다고 하니 지켜보겠다"며 "특검을 임용해서 한 번 진실을 밝히던지 하자"는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개별 폭로에 당 원내지도부가 속절없이 끌려들어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해당 폭로는 청담동이라는 동(洞)명만 제시됐을 뿐, 회동이 있었다는 장소조차 특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환 의장이 요구한대로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의 동선을 밝히기에 앞서, 첼리스트의 해당 날짜 동선이 청담동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폭로의 근거가 무너지면서 무책임한 '묻지마 공세'라는 후폭풍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30명의 로펌 변호사, 그 다음에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술집 등 설정 자체가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건은) 크로스체킹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의겸 의원이) 실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민주당의 문제로 가면 안된다"며 "야당이 빨리 거둬들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술자리 설정'이 다소 상식 밖이라는 지적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의 최고위층과 은밀한 독대를 했다는 것도 아니고, 소속 변호사 30여 명이 몰려나와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만난다는 게 정치권의 상식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왜색(倭色)을 입히려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1960년생인 윤석열 대통령이 1964년에 발표된데다 이미자의 노래라 남성과는 키도 맞지 않는 '동백아가씨'를 열창했다는 것도 어색한 느낌"이라며 "제대로 된 사회 경험이 없는 사람이 '내가 대통령이나 김앤장 변호사라면 이렇게 하면서 놀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에 기반해 설정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4선 중진 정성호 의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한동훈 장관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서 국회에서 어떤 질의를 할 때에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또 법적 근거를 가지고 질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김의겸 의원의 돌발 폭로에 대해 "단정적으로 설익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좀 더 백업할 근거가 있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 장관이 설익었다 싶은 틈을 노리고 있다고 확 들어와 '오버액션'을 해서 전세를 순간적으로 역전시킨 것 같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