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국회 파열음에도 與 '차분'…초조한 건 野의원들?
입력 2022.10.27 00:00
수정 2022.10.27 00:20
野. 헌정사상 최초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당직자·보좌진 총동원해 '尹 규탄대회'
"예산 급한데"…경색국면에 野일각 '초조'
與 "이재명 방탄 그만, 정치로 돌아오라"
국회가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예산 정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검찰의 김용 민주연구원 부위원장 압수수색에 반발한 민주당은 전날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데 이어 26일에는 의원과 당직자, 보좌관 등을 소집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민생경제 파탄의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정치검찰을 앞세워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데 국가의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며 "우리가 피땀 흘려, 목숨 바쳐 지켜온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자"고 투쟁을 독려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좌시할 수 없다"며 "국민적 의혹이 크고 수사의 형평성을 현저히 잃은 '김건희 여사 특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민주당은 이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특검법' 성안 작업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발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시정연설을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듣게 되는 건 20여 년 정치활동 중 처음 본 광경"이라며 "민주당의 입법독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상 책무마저 버리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국회 경색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느끼는 압박감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시정연설 보이콧 등 예산안 심의에 비협조적으로 나가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지역구 예산'이 의원들의 1년 의정활동 성적표임을 고려하면,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초조함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당 의원의 경우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지역 사업 유치 및 예산 반영에 이점이 크지만, 야당 의원들은 예산안 협의 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개별 의원들 사이 이해관계가 틀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 문제로 국회가 멈추는 데 반감을 가진 야당의원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상태에서 정부에 예산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의원으로서 민망한 일이지 않느냐. 민주당이 결국 대치국면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피부에 와닿는 현실 경제가 얼어붙은 지금, 민주당은 만사를 정쟁으로 일관하는 어긋난 정치 사용법으로 민생을 외면한 채 이재명 방탄만을 외치고 있지 않느냐"며 "이 대표 한 명을 위한 정쟁보다, 국민을 위한 정치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물론 민주당은 당 소속 예결위원 워크숍, 광역자치단체장들과의 예산안 협의 등을 병행하는 주경야투(晝耕夜鬪)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여당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 차원의 투쟁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것도 의원으로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