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대재앙(?)´ 슐트…남은 대항마는 누구?
입력 2008.06.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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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아츠에 최홍만과 바다 하리에게 기대
실력만 있고 인기 없는 세미 슐트로 인해 K-1측의 흥행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36·프랑스)가 또다시 ‘격투로봇´ 세미 슐트(35·네덜란드)에 완패했다.
밴너는 29일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2008 후쿠오카‘ 슐트전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왔다. 슐트의 압박에 밀리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링 중앙 선점에 애쓴 것은 물론, 평소보다 많은 킥을 날렸다. 여기에 잦은 클린치 시도라는 밴너답지 않은(?) 전략까지 구사했다.
하지만 슐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패턴을 유지하면서 또다시 승리했다. 밴너가 그나마 판정까지 승부를 끌고 간 것이 최선이었을 정도로 슐트는 완벽한 경기 운영을 보였다.
일단 밴너는 리치차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이전의 레이 세포가 변칙적인 움직임을 통해 슐트를 교란하며 선전을 펼쳤던 것에 비해, 밴너의 공격패턴은 지극히 정석이었다는 평가.
밴너가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안면을 향한 몇 차례 정타가 필요했지만, 슐트와의 ´리치차이´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시키고 말았다. 슐트는 단지 같이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밴너의 저돌적인 공세를 쉽게 무력화시켰다.
세미 슐트, 상식 초월한 거인파이터!
입식격투무대에서 212cm라는 신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위협적인 요소다. 입식대회에 나올 정도의 거인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신체를 활용할 정도의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슐트는 이른바 ‘거인들의 약점’으로 꼽히는 기본기-테크닉-체력을 모두 강점으로 갖고 있는 파이터다. 게다가 운동밖에 모르는 성실함과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마인드까지, 상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슐트는 기량에 비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흥행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파이터들끼리 흔히 행하는 도발은 물론 멋진 입장 세러머니 하나 없다. 인터뷰 역시 가장 기본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외모 역시 지극히 평범하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안티 팬들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흥행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FEG(K-1 주최사) 측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다.
흥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인기파이터들을 ‘지루한 경기’ 끝에 꺾어버리는 파이터. 이쯤 되면 ´K-1의 재앙´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듯하다.
과연 피터 아츠는 세미 슐트를 상대로 베테랑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피터 아츠의 관록, 슐트 독주 제동걸까
그나마 ´벌목꾼´ 피터 아츠(38·네덜란드)는 슐트에게 패배를 안길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아츠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K-1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노련미까지 장착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다.
슐트만 없다면, 레미 본야스키(32·네덜란드)와 함께 그랑프리 우승을 다툴 ´0순위´ 후보다. 실제로 아츠는 슐트를 한 차례 잡아낸 바 있다. 물론 ´폭군´이라는 그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전략위주의 파이팅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슐트를 잡아낼 수 있는 파이터는 손에 꼽힌다.
아츠는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을 ‘슐트 격파’에 걸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맞붙었던 얀 ´더 자이언트´ 노르키아(34·남아공)와의 경기도 비슷한 신체조건의 슐트를 상대로 ´가상의 대결´을 펼쳤다는 분석이 많다.
일단 노르키아전만 놓고 보면 팬들은 불안한 반응을 나타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아츠는 노르키아를 쉽게 무너뜨리지 못하고 3라운드 2분 40초까지 끌고 갔다. 이전 경기와 비교해 스탭이나 움직임 자체가 다소 느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츠는 특유의 페이크 동작으로 노르키아의 왼손이 나오게 한 다음 그가 다음 동작을 위해 팔을 거둬들이는 타이밍에서 벼락같이 치고 들어가 펀치연타를 꽂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초반에는 로우킥과 바디샷으로 조금씩 노르키아에게 데미지를 주더니 이후에는 계속해서 상대의 왼손에 맞춰 움직였다. 중후반을 넘어가자 노르키아의 왼손 타이밍을 완전히 간파한 듯, 공격이 나오기도 전에 반 박자 먼저 끊어버렸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슐트의 왼손을 노린 아츠의 전략분석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슐트는 노르키아와 신장만 비슷할 뿐, 왼손이 나오는 스피드와 타이밍에서 비교가 안 된다. 워낙 빠르고 쉴 새 없이 나오는 만큼, 슐트의 왼손펀치는 상대선수 입장에서는 알고도 당하기 일쑤다.
일단 아츠가 노르키아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친 것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있다.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는 점과 슐트를 의식해 일부러 경기를 길게 끌고 갔다는 것.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아츠는 언제 갑자기 기량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런 점에 비춰봤을 때 그가 가능성을 펼쳐 보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변수’ 최홍만의 사이즈와 하리의 상승세
최홍만은 사이즈적인 측면에서 슐트와 맞상대가 가능한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피터 아츠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중 그나마 팬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파이터로는 최홍만(27·218cm)과 바다 하리(24·모로코)가 있다. 최홍만은 신체조건에서 그나마 슐트와 대등한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며, 하리는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홍만은 팬들 사이에서는 슐트를 가장 괴롭힐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경기경험, 기본기, 테크닉, 스피드, 공격옵션 등에서 슐트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최홍만에게는 파워와 내구력이라는 무기가 있다. 지난 한 차례 격돌에서도 슐트는 자신의 안면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최홍만의 펀치러시에 상당히 당황했다.
거리의 이점을 안고 싸웠던 다른 상대들과 달리 최홍만은 자신의 공격을 맞아주면서 들어올 수 있는 파이터였다. 그가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은 바로 최홍만 펀치에 노출될 수 있는 타이밍이기도하다.
바로 이러한 압박을 바탕으로 최홍만은 한차례 대결에서 슐트를 제압하며 1승을 거뒀다. 물론 지금까지도 ´매끄럽지 않은 판정´이 도마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슐트의 손을 들어주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편파판정´으로만 매도하기는 어렵다.
현재 K-1 측은 웬만하면 슐트의 상대 선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적어도 최홍만이 당시 경기에서 보여준 내용만으로도 슐트의 상대선수 손이 올라갈 확률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의 경기내용을 보여줄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최홍만은 군문제와 뇌하수체 종양 제거수술 등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 향후 거취 문제는 다음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바다 하리도 슐트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는 하리는 최근 압도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레이 세포(37·뉴질랜드)와 글라우베 페이토자(35·브라질)를 쉽게 격파했다. 세포는 물론, 한창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페이토자마저 완파해버렸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하리가 ‘기대주’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슐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97cm라는 좋은 신장에 최근에는 기존의 스피드에 묵직함까지 갖춘 하리의 상승세에 기대를 거는 격투팬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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