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홈플러스 매장에서 피켓 시위…대법 "주거침입 아냐"
입력 2022.10.14 02:20
수정 2022.10.14 02:20
인사 문제로 사측과 갈등 피고인들, 대표이사 따라다니며 피켓 시위
대법 "피고인, 아무 제지 없이 매장 안에 들어간 만큼 죄 물을 수 없어"
"피켓 시위로 경영진 현장 점검이나 매장 영업 방해 주지도 않아"
"피고인들, 대표이사 직접 만날 기회에 인사명령 철회 요청하려고 했을 뿐"
사측의 일방적인 인사이동과 해고에 반발해 영업 중인 매장 안에서 피켓시위를 한 대형마트 노조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39) 씨 등 7명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조에서 활동하다 인사·해고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던 A씨 등은 2020년 5월 서울의 한 지점을 방문한 대표이사를 30분 동안 따라다니며 피켓시위를 했다.
이들은 식품매장을 점검하던 대표이사를 따라다니며 "강제 전배(인사이동) 멈추세요", "일하고 싶습니다"는 등의 구호도 외쳤다.
1심과 2심은 시위를 주도한 A씨 등 4명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노조와 사측의 교섭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매장 영업을 방해하면서까지 시위를 할 긴급한 사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 등의 행위가 주거침입도, 업무방해도 아니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우선 올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초원복집 사건' 판례를 변경하면서 만든 주거침입 법리를 근거로 들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되는데 A씨 등은 영업시간에 다른 손님과 마찬가지로 아무 제지 없이 매장 안에 들어갔으므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A씨 등의 피켓시위로 경영진의 현장 점검이나 매장 영업이 방해를 받은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영진 일행은 20명이 넘었으니 A씨 등 7명이 제압할 수 없었고, A씨 등이 판촉 행사로 시끌시끌한 매장 안에서 1∼2m 이상 거리를 두고 대표이사를 따라갔다는 점이 근거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인사정책 결정권과 인사 재량권을 가진 대표이사를 직접 만날 기회에 해고와 전보 인사명령 철회를 요청하려 한 것이지 지점 업무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