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도대체 뭐가 문제?"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반기는 '학부모들'
입력 2022.10.13 05:38
수정 2022.10.13 05:38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2024년부터 초3~고2까지 확대…사실상 원하는 학교 '전면 시행'
학부모들 "아이들 학업성취도 떨어져…어차피 수능 보는데 일찍 실력 알면 좋아"
일부 교사들 "학교 성적 따라 인기 학교 서열화…학생 간 성적 격차 더욱 커질 것"
교육계 "어디 부족한지 알아야 맞춤형 교육 가능" vs "교육 프로그램 단순화·개별 교육 어려워"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치러진 20일 오전 경기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기초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 점검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인 반면, 일부 교사들은 '줄 세우기식 공교육' '학교 서열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계에서도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학력 격차 해소를 할 수 있다는 의견과, 사실상의 일제고사 부활이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현재 중3과 고2 학생의 3%만을 대상으로 했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2024년부터 초3부터 고2까지로 확대한다. 사실상 원하는 학교는 전면 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인데,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학습부진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기초학력 진단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9월 13∼10월 28일, 12월 1일∼내년 3월 31일 두 차례에 걸쳐 학교·학급별로 원하는 시기에 신청해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고등학교 2학년생 학부모 강모(50)씨는 "줄세우기가 도대체 무슨 문제인가요? 어차피 나중에 수능 볼 텐데 아이 실력을 일찍 파악하는 게 좋다"며 "학원에서 돈 주고 시험 보는 집도 있는데 나라에서 해준다니 좋은 일"이라며 환영했다. 중학교 2학년생 학부모 김모(46)씨는 "코로나19로 아이들 문해력이나 학업성취도가 많이 낮아져서 다시 학업 능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 교사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정착되면 학생 간 성적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험 자체가 내신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 과연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할 지도 의문이다. 학생을 성적에 따라 줄세우고 나아가 시험 보는 학교의 성적에 따라 인기 학교와 미인기 학교 등으로 서열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사실상 학업성취도 평가를 준강제화하겠다는 것이고 일제고사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 실시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의 중심의 문제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수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은 위축되고 지식 중심의 사지선다 찍기 시험이 다시 표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뉴시스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맞춤형 지원과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개인별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 교육과정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국민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적 역량을 국가가 책임지라는 것이기 때문에 공통 교육과정도 만든다. 교육 과정에서 얘기하는 성취 수준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학생들이 어디가 부족한지 진단을 해야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교사는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의 안내자이고 학습의 큐레이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맞춤형 개별화 학습 시대에 뭐가 모자라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학력 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하는 것은 한 날 한 시에 시험을 봐서 그런 것인데, 시험 보는 방식을 바꾸면 된다. 서열화하는 것도 별도의 문제다. 정보를 공개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됐는데 정보 공개를 신중하게 한다는 전제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이 정책의 목적이 두 가지다. 첫째는 전반적인 교육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평가를 하고, 두 번째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전체 학력 수준을 보려면 샘플 평가를 해도 되지만 동시에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평가를 해봐야 한다.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경우 해당 학교에 더 재정 지원을 하고,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기초학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한 것을 환영한다. 학력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해 거부하고 '깜깜이' 학력을 조장하면 자칫 학습 결손을 누적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총은 "국가의 교육책임 실현을 위해 모든 학생이 참여해 교과별, 영역별 강·약점을 진단할 수 있는 평가체계 구축이 바람직하다"며 "그 결과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유하고 협력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력 진단이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발굴하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이를 공교육이 책임지는 것도 맞다"며 "그러나 문제는 사실상 일제고사 형태로 학교별 지역별 점수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면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교의 점수가 나쁘게 나오면 안 되니 교육 프로그램도 단순화돼 개별화 교육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