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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업 발목잡나…국감 앞두고 기업인 '줄소환' 시도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09.24 10:20
수정 2022.09.24 10:20

행정부 감사의 장인데…민간기업인

대량 신청하고 '밀실협의' 끝에 채택

"국회의원의 '갑질' 아닌지 돌아봐야

채택 과정서 국회 불신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2022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의 기립표결로 통과시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기업인들을 또 증인 명단에 줄줄이 올리고 있다. 국정감사는 납세자를 대표하는 국회가 혈세를 쓰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감사(監査)를 하는 자리인데, 해마다 민간기업인들을 부르는 것은 세계와 경쟁하는 우리 기업 '발목잡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달 4일부터 막을 올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각 상임위에서 대기업총수를 포함한 200명 안팎의 기업인을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려놓고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명분은 다양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기업 영향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 참여 여부 △태풍 '힌남노' 피해 경영책임 추궁 △특정 정치 성향 관련 발언 이유 추궁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 등이다.


IRA와 '칩4'는 우리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 해결해야할 '정치적 과제'다. 해결을 해야할 주체인 정치권이 역으로 기업인을 국정감사장에 부른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의 애로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라면 별도의 간담회 형식이 맞지, 국감 증인 신청은 기업에 대한 정치의 위력 과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멸공" 등 특정 정치 성향 관련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를 추궁하기 위해 기업인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것은 더욱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헌법기관인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앞장서 짓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노란봉투법' 역시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이 이미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예방해 이 법안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미 기업인들의 입장은 전해진 만큼, 국정감사에서 개별 기업인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하는 것은 오히려 우려를 억압하는 압박의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감은 통상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다.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해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증인으로 신청한 개별 의원으로부터만 한두 개의 질문이 들어오고 끝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질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하고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와 경영에 전념해야할 기업인들로서는 시간 손실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임의로 불출석할 수도 없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상임위 개별 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하더라도, 이후 상임위원장과 상임위 여야 간사가 협의를 거쳐 증인 명단을 확정한다. 감사일로부터 일주일 전에는 증인으로 채택하고 통지해야 구속력이 생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중 기업인 증인·참고인 명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는 게 '경제'를 상대로 '정치'의 우위를 힘자랑하는 '갑질'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감사는 글자 그대로 행정부의 국정에 대한 감사인데, 최근 들어서 민간인 증인들을 대량으로 신청해 불러서 장시간 대기하게 하고, 상관없는 질문을 짧게 하는 폐단이 계속되고 있다"며 "무분별한 민간 기업인 증인 요구는 국회의원의 갑질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량으로 민간인 증인을 신청하는 것은 국정감사의 본질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 중 소수만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국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간사들은 기업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망신주기나 여론몰이를 위한 증인 채택 요구에는 단호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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