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충돌…“일반화의 오류” “역사의 죄인”
입력 2008.06.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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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전국연합 등 5개 보수단체 MBC 규탄집회 개최
“모든 게 MBC 왜곡으로부터 시작” 양측간 고성·몸싸움 오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 이후 쇠고기 촛불집회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보수-진보가 다시 한번 재충돌했다.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밝고힘찬나라운동, 국가쇄신국민연합 등 5개 보수단체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남문 앞 인도에서 ‘광우병 선동방송 MBC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촛불집회의 정략화를 멈추고 이제 그만 거짓을 촛불을 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오후 2시 MBC 지지방문을 했던 ‘2MB 탄핵투쟁 연대’ 카페 회원들이 몇 미터 떨어진 MBC 정문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공영방송을 사수하고 이명박은 탄핵하라”고 외치자 양측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양측은 모두 상대방에 대해 “일반화의 오류” “역사의 죄인” “당신들은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의 주장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고성과 욕설, 거친 몸싸움이 오갔다.
“선동세력의 정략화 의도 분명해져” 거센 반발
보수단체들의 이날 집회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48시간 비상행동’에 앞서 불법화, 정략화되어가고 있는 촛불집회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500여명으로 시작한 집회는 시간이 갈수록 불어, 1200여명(경찰추산)까지 늘어났다. 남문 앞 인도가 비좁아지자 6차선 도로 건너편 인도에도 삼삼오오 모여서 집회를 지켜봤다.
참석자들은 “배후세력보다 선동세력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에서 미숙함을 드러낸 것도 현 사태의 원인 중 하나지만 공영방송이 진실을 보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킨 책임에는 응당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와 최근의 ‘촛불집회’에 대한 보수층의 ‘불편한 감정’은 여러 군데에서 표출됐다.
‘모든 것이 MBC의 왜곡, 날조로부터 시작되었다’ ‘공영방송 체면구긴 MBC는 해적방송?’ ‘막장공영방송 MBC’ 등이 적힌 피켓과 ‘편파방송 패륜방송 음란방송 KBS MBC 보지말자’ ‘MBC에 내는 광고 독이 되어 돌아온다’ ‘광우병 조작 보도 MBC PD수첩 딱 걸렸네’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플랜카드가 집회 현장 곳곳에서 나부꼈다. MBC의 ‘좋은 친구’ 로고송은 “광우병 선동방송 MBC X친방송”으로 개사돼 불렸다.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허위·과장 보도로 촛불시위가 촉발됐다”며 “두달간의 시위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공영방송으로 거짓보도한 것에 대해 MBC는 대국민사과를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봉 대표는 “이 모든 사태의 선동세력은 친북좌파이며, 이들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있는 것은 없다 하고 없는 것은 있다고 하는 친북좌파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들은 △MBC가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PD수첩’을 폐지할 때까지 규탄대회를 계속하겠다면서 “오는 24일 엄기영 MBC 사장의 서초구 반포동 자택 앞에서 릴레이 규탄대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언론에 대한 반감도 돌발적인 충돌로 나타났다. “촛불집회는 조중동의 취재 거부를 한다는데 우리도 (우리를) 수구우익이라 모는 언론을 보이콧하겠다”며 집회 참가 시민들이 취재 중이던 한겨레와 MBC, KBS 기자들에게 폭언과 고성, 야유 등을 보냈다. 취재를 하려는 이들 언론사 기자와 시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일면서 MBC 영상촬영부 기자가 취재용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체육관서 뽑은 대통령도 아닌데” ‘뿔난’ 시민 발언 이어져
이날 집회는 이전의 보수단체 집회가 원로급 인사 또는 각 단체 대표들의 연설과 발언 등으로 이어진 것과 달리 시민 자유 발언이 중심이 됐다. ‘울화통 발언대’라는 이름의 3분 자유발언을 통해 시민들은 “MBC가 불법적으로 변질된 촛불집회를 미화, 오도하고 있다. 이제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MBC를 질타했다.
서모씨는 “체육관에서 뽑은 대통령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뽑은 대통령을 왜 물러나라 하느냐. 그런데도 MBC는 이런 게 자유민주주의인 양 보도하니 제 정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모씨는 “일국의 대통령에게 어떻게 쥐새끼 이명박이라 부를 수 있는지, 자기 부모에게도 그렇게 하느냐. 연장자에 존중이나 예의도 없는 것”이라며 “목숨을 바쳐 우리가 나라를 지키자”고 말했다.
김모씨는 “어제 ‘100분 토론’에 나온 진중권 교수도 촛불시위대 선동세력과 똑같이 좌편향적인 사람”이라며 “이는 KBS나 MBC 등에 지난 좌파정권에서 자란 좌파세력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계가 물갈이 되던 관행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 정부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데, 이들을 빨리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엄기영 MBC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PD수첩 폐지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엄 사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곳곳에서 산발적 충돌충돌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보수-진보 간 신경전과 산발적인 충돌이 이어졌다.
처음 충돌은 최근 촛불정국의 최대 스타 중 한 명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보수단체 집회 참가 시민들 간에 벌어졌다. 오후 3시 경, 진보신당의 영상매체인 ‘칼라TV’와 함께 현장에 나타난 진 교수를 보고 흥분한 일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고성과 폭언이 오갔다.
진 교수는 공격적인 직설화법과 특유의 조소 어린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왜 항의집회를 하느냐. MBC가 잘못한 부분은 사소한데 차라리 최근 논조를 확 바꾼 조·중·동 앞에서 항의시위 할 생각 없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시민들은 “공영방송의 파급력이 큰데 (MBC PD수첩 측은) 작은 오역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로 인해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키우지 않았느냐”며 “조중동은 일단 지켜보고 있는 거고 MBC는 오보를 냈으니 이 부분은 분명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진 교수의 ‘X칠’ 발언 이후 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진 교수의 등장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의 ‘공격화법’와 표정에 격앙된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2MB 탄핵투쟁 연대’ 소속 회원 10여명이 진 교수를 둘러싸면서 “밀치지 마라” “인터뷰를 하는 것인데 어디서 행패냐”고 응수, 양측 간에는 몸싸움이 일었다.
일부는 양측을 제지하기도 했으나 진 교수가 취재의지를 밝히며 인터뷰를 이어갔고 보수-진보집회 참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빨갱이” “개중권” “꼴수구” “매국노” 등 폭언과 욕설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진 교수는 멱살이 잡혔고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노인은 몇몇 청년에게 들려 밖으로 떠밀려졌다. 결국 진 교수는 상황이 거칠어지자 경찰은 3시 30분 경 병력을 투입해 진 교수 측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 시민들을 분리했다.
진 교수는 “단순히 취재하러 온 것뿐인데 왜 막느냐”고 항의했고 경찰은 “시민들과 충돌이 있을 수 있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본인 생각과 달리 집회 참가들을 자극하고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진 교수의 현장 진입이 저지당한 오후 3시 30분을 기해 MBC 정문 앞에서는 ‘2MB 탄핵투쟁 연대’ 등 촛불집회를 주도한 단체 소속 회원 100여명(경찰추산)이 모여 맞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할아버지 손녀들을 생각하세요’ ‘왜곡신문 폐간하고 공영방송 사수하자’ ‘한나라당 살고프면 이명박을 탄핵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헌법 제1조’를 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항의시위 참가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구꼴통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개탄과 “보수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 “어르신들이 나설 자리를 잘못 찾으신 거 아니냐”는 비난도 들렸다.
“저들은 독재와 억압에 익숙한 사람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6.25 운운하나. 어이없다” “빨갱이가 어디 있느냐”(진보단체) “자유와 방종을 헷갈리는 거 아니냐” “정권퇴진을 계속 주장하는 게 선동 아닌가” “북한을 비호하는 세력들 앞에 나서지 마라”(보수단체)고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며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경찰은 이날 전의경 10개 중대 600여명을 배치, 격앙된 양측을 갈라놓으면서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오후 6시 보수단체 집회 참가 시민들이 KBS 앞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긴장감이 조성됐다. KBS 앞에서는 ‘2MB 탄핵투쟁 연대’ 등이 주축이 되어 ‘공영방송 사수’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KBS 앞에서 1시간 동안 “KBS는 광우병 선동 촛불시위 미화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한 뒤 해산하여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쇠고기 촛불 정국이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21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시국안정 국민대회’와 촛불집회 반대 사진전 등이 열릴 예정이라 양측 간 충돌이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