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자본유출 우려…한은 빅스텝 ‘초읽기’
입력 2022.09.22 10:53
수정 2022.09.22 10:59
연준 자이언트스텝…4연속 가능성도
금리 격차 가속화…외인 이탈 우려
이창용 “0.25%p 조건 벗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금리가 다시 역전됐다.
한·미 양국간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의 자본유출을 가속화시켜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존 0.25%p 인상 조건이 바뀌었다며 내달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금리차 1.75%p 까지도...환율・물가 압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이날 FOMC 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2.25~2.5%에서 3.0~3.25%로 0.75%p 인상했다.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에 금리가 다시 역전되면서, 미국 금리 상단이 한국보다 0.75%p 높아졌다.
현재로썬 감내할 만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달성할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오늘과 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이 또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금리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을 4.4%, 내년말 금리를 4.6%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오는 11월도 기준금리를 0.75%p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만약 한은이 내달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그동안의 기조대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는데 미 연준이 남은 회의에서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양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1.75%p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물론 한은이 내달 빅스텝을 또 다시 단행하고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 미국과의 최종 금리차는 1.25%p에서 마무리된다.
문제는 기축통화국인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한은은 과거 3차례(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미 양국의 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있다.
실제 해당 기간 총 877억 달러의 달러가 유입됐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 상황에서 연준의 최종금리가 5%에 육박, 금리 수준이 매우 매력적인만큼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요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자본유출은 환율과 증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까지 찍으면서 초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는 이유다.
이창용 “연준 최종금리 바뀌어”...한미통화스와프 체결은?
이같은 이유로 한은도 태세 전환에 나섰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져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내주 금통위까지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1400원까지 돌파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영향 등도 주요 변수로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0.5%p의 빅스텝 단행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심화에 다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아울러 미 연준의 긴축 가속화 기조에 킹달러 흐름도 지속되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도 더욱 고조돼 한은의 고민이 깊어가는 중이다. ‘환율 비상’ 속 위기 때마다 ‘안전판’ 역할을 해온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달러는 글로벌 흐름이지만 원화 가치 하락폭은 더 가팔라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우리 외화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미국도 중앙은행, 정부와의 역할 분담이 있어 그에 관해 섣불리 언급하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 직접적인 답변을 자제한 바 있다.
한편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 대신 14년만에 국민연금과의 달러 스와프 재개에 나선다. 계약이 체결되면 국민연금은 한은의 달러를 빌려서 해외 투자를 할 수 있고 한은은 국내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