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5차례 피해자 찾아 기회 노려…한달 전부터 살해 계획
입력 2022.09.21 11:40
수정 2022.09.21 22:47
서울교통공사 내부망 접속해 피해자 집주소 검색
경찰 “전주환, 구형일에 여직원 살해 결심…계획범죄 정황”
샤워캡·장갑 범행도구 준비 및 GPS 조작앱 설치
도주 우려 입장차…경찰 “의도있다” 전주환 “아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구속)이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된 1심 결심 공판 당시 징역 9년을 구형받은 것이 피해자인 여직원(28) 탓이라고 원망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21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전주환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한 뒤 열린 브리핑에서 “(전주환은) 범행 동기가 재판 구형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주환은 구형일인 8월 18일에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환은 범행 당일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주환과 피해자의 직장이며, 이들은 입사 동기다. 당시 전주환은 스토킹 처벌법,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직위해제된 상태였다.
경찰은 전주환이 범행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하고 ‘계획적 범죄’라고 봤다. 경찰 측은 “전주환이 8월 18일을 포함해 9월 3일과 14일(2회) 모두 네 차례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주소를 거듭 확인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주환이 알아낸 주소는 피해자가 이사 가기 전 옛집의 주소였다.
또한 범행 당일 피해자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여성 뒤를 쫓은 데 대해선 “일단 만나는 게 목적이었고 만나서 바로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굳히고 간 건 아니다. 여차하면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주환이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9월 5일, 9일, 13일, 14일(2회) 모두 다섯 차례 이 옛집 주소 근처를 찾았지만,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근무지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 측은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시간까지 조회한 뒤 근무지에서 범행한 점, 샤워캡과 장갑 등 범행도구를 집에서부터 챙겨서 온 점, 위치정보시스템(GPS) 조작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점 등 계획범죄로 볼만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서울교통공사에 지난해 10월 전주환에 대한 수사사실을 통보했지만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에서 관련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전주환에 대한 이른바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도주 우려에 대해선 경찰과 전주환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전주환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행적 등을 고려할 경우 범행 후 도주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전주환은 유치장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던 중 ‘범행 후 도주하려고 했는지’라고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엔 “그건 아닙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전주환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즉각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보강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장은 김수민 형사3부장으로, 김 부장 외 형사3부 검사 3명이 수사팀에 참여한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엄정 대응하고, 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한편 전주환은 스토킹 처벌법,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8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9년형을 구형받았다. 애초 지난 15일 1심 선고가 예정됐지만, 하루 전인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전주환은 해당 여직원이 근무하던 신당역에서 위생모를 쓰고 약 1시간10분 동안 대기하다가, 여직원이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러 들어가자 따라가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에 찔린 여직원은 화장실에 있는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했고, 비명을 들은 시민들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시민 1명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진압해 경찰에 넘겼다. 당시 여직원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30분께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