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英왕실 요청에 조문 순연했다…인류 슬픔 '정치적 활용'이 더 큰 슬픔"
입력 2022.09.20 13:24
수정 2022.09.20 23:15
"영국 왕실이 수많은 국가들에 시간 분배해
왕실 측이 교통 좋지 않다며 일정 순연 요청
상식적으로 어떻게 지각·의전 실수를 하나"
대통령실은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을 찾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 일정 등이 순연됐던 것과 관련, 정치권 일각서 의전 홀대 및 지각 논란이 나오는 데 대해 "영국 왕실의 요청에 의했던 것"이라며 "인류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행태가 더 큰 슬픔"이라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현지시간 19일 미국 뉴욕에 마련된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애초부터 왕실과 협의해 런던 도착 후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하고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이동해 참배를 진행하려 했다"며 "이 일정은 모두 영국 왕실과 조정된 내용이지만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많은 시민이 모이면서 차량이 이동할 수 없었고, 영국 왕실 측에서 교통이 좋지 않다보니 자칫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 일정의 순연을 요청했다"며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순연한 것이다. 지각을 했다거나 의전 실수, 홀대를 받았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라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한 국가와 인류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하는 행태가 더 큰 슬픔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후 따로 처치하우스에 들러 조문록을 작성했던 데 대해 이 부대변인은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다수의 정상급 인사들이 영국 왕실의 안내에 따라 장례식을 마친 뒤 조문록을 작성했다"며 "이들 모두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것은 아닐 것이며, 이들이 모두 조문 없는 '조문 외교'를 펼친 것도 아닐 것"이라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어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애초에 한국에서의 출발 시각을 앞당겼어야 하는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영국 왕실이 수많은 국가들에 시간을 분배한 것으로, 왕실과의 충분한 협의와 조율 속에 이뤄진 일정"이라며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걸 지각을 하고 의전 실수를 하겠는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전날 사전점검회의가 있었는데, 마지막까지도 영국 왕실 측에서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통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을 사전에 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