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美 FOMC 전야 ‘불면의 밤’…3연속 자이언트 스텝 ‘촉각’
입력 2022.09.20 11:37
수정 2022.09.20 14:40
물가 정점 ‘아직’ 긴축 기조 지속
3개월 만에 공개되는 ‘점도표’ 주목
한‧미 금리역전…“환율 1450원 이상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20~21일(현지시간) 양일 간 진행된다. FOMC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3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p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현재는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시장은 FOMC 결과로 인한 달러가치 상승, 한·미 금리역전 리스크 등을 우려하며 숨죽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정점이 오지 않음에 따라 연준이 초유의 울트라스텝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18%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했다. 7월 8.5% 상승에 비해서는 0.2%p 감소했지만 이는 여전히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빠르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배경이 됐다.
특히 이번 FOMC 회의에는 참여 위원 18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6월 15일 이후 석 달 만에 공개하는 것으로, 점도표에서는 FOMC 내부의 달라진 기류는 물론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 2% 수준 달성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경우 국내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돌파를 시도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수출이 주를 이루는 국내 산업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6.6%대에 머물며 3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했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2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 9곳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7%로, 기존 전망치인 2.1% 대비 0.4%p 하향 조정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미국의 기준금리(3.00~3.25%) 상단은 한국보다 0.75%p 높아진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뒤 연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도 0.5%p씩의 상향 조정을 통해 연말 기준금리가 4.00~4.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0.25%p씩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금융권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현재 연 2.5%로 같은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는 연말에는 격차가 1.25%p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대규모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은에 따르면 한미 금리가 과거 세 차례 역전됐을 당시에도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오히려 순유입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율 상승 폭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무역과 수출 등이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악화된다면 환율 레벨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며 “1450원을 넘어 그 위로도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