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탕평이냐'…이재명 대표실에 '성남 라인' 정진상까지 합류
입력 2022.09.14 00:10
수정 2022.09.14 00:05
'성남라인' 김남준·김현지, 이미 포진
'대장동 리스크' 정진상도 주변 합류
"몇몇 '성남라인' 인사들이 실세 형성
尹 '검찰라인' 인사 어찌 비판하겠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 정진상 전 경기도청 정책실장이 정무조정실장으로 합류한다. 이미 이 대표 좌우에 포진한 '성남라인' 김남준·김현지 보좌관에 이어 정 전 실장마저 가세하면서,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라인' 인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민주당 내에서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실장이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받던 자리에서 자신의 측근이 맞다고 시인한 '측근 중의 측근' 복심(腹心)으로 꼽힌다.
정진상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가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법률사무소 사무장이었으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에도 연이어 정책실장으로 기용되는 등 십수 년째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지난 대선 당시 공식 직위는 선대위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이었지만, 실제 직위 이상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중론이다.
원래대로라면 정치권 내에서만 알려졌어야할 정진상 전 실장의 이름이 국민 대중들에게도 친숙해진 배경에는 대장동 택지개발 비리 의혹 사건이 있다.
앞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2015년 2월 황무성 전 성남도시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정진상 전 실장으로 추정되는 호칭을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폭로된 적이 있다.
또 대장동 택지개발 비리 의혹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앞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정진상 전 실장이 이러한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자신의 대표실 부실장으로 내정하는 무리수를 둔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원내에 진입한 직후, 의원실을 꾸리는 과정에서 김남준·김현지 보좌관을 포진시킨 바 있다. 이 두 사람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대표를 보좌한 '성남라인' 핵심 인맥이다.
이 때문에 '성남라인'이 아니면 이 대표가 참모진을 꾸릴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과 '탕평'을 외쳤지만, 널리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쓰기보다는 결국 몇몇 믿을 수 있는 최측근 인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대표의 현주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둘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그런 논리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가 된다"며 "이재명 대표의 인사가 이런 식이면 우리가 어떻게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라인' 인사를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는 우리 당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단순히 '제1야당 대표의 인사'가 아닌, 대권주자로서의 인사로 바라볼 것"이라면서도 "이런 식이라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몇몇 '성남라인' 인사들이 실세를 형성해 권력을 독차지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