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로 유럽 옥죄기…"서방 제재로 노르트스트림1 가동 못 해"
입력 2022.09.07 14:17
수정 2022.09.07 14:17
러·중, 가스대금 자국 화폐로 처리
우크라 침공 관련 서방 제재 맞서
달러·유로화 의존도 줄이기
국제사회로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제제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겨울을 앞두고 유럽 에너지난을 겨냥하고 나섰다. 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은 불가능하다며 유럽 국가들의 '분열'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가디언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취재진에게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가동하지 못하는 것은 독일과 영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도입한 제재 때문"이라며 "문제를 일으킬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재개를 대가로 유럽연합(EU)이 부과한 제재 해제를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앞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4월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가스관 터빈 반환 지연을 명분 삼아 유럽 가스 공급의 가장 중요한 통로로 꼽히는 노르트스트림1 공급량을 40%까지 축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관련 여파로 독일과 이탈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가스프롬은 지난 2일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유럽 가스 공급 중단까지 통보했다. 가스프롬은 제재로 인해 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EU는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단일 최대 천연가스 공급관으로 가동 여부가 유럽 에너지 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기이도 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유럽인들의 분노를 되짚으며 "유럽의 사람들, 기업인들, 기업들의 삶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시민들은 지도자들에게 점점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가스프롬이 가스 판매대금을 달러에서 루블·위안화로 대체하기로 중국과 계약했다고 전했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이 가스프롬과 중국 석유천연가스회사인 CNPC 모두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계약으로 계산이 단순해질 것"이라며 "다른 회사에 모범 사례가 되는 동시에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한 추가 동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가스프롬은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나 실제 적용 시기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러의 이번 계약은 서방 제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달러·유로화 의존도를 줄이고 루블화 가치를 높이려는 러시아의 구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