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이은해·조현수 '직접살인→간접살인' 공소장 변경 요청한 까닭은?
입력 2022.08.30 14:28
수정 2022.08.30 15:07
검찰 "이은해 피해자 상대 '가스라이팅' 부분…작위로 평가해 직접 살인으로 기소"
법이 금지한 행위 직접 실행하면 '작위'…마땅히 해야 할 행위 하지 않으면 '부작위'
재판부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검찰 의견 존중하지만 공소장 변경 검토해 달라"
직접 살인 입증하지 못할 경우 대비한 듯…부작위 살인 변경하면 형량 낮아지지만 범죄 입증 용이
검찰이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인 이은해(31)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혐의를 직접살인에서 간접살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직접 살인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부작위 살인으로 변경할 경우 형량은 낮아지지지만 범죄 입증은 용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씨의 12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에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이 부장판사는 이날 증인신문을 시작하기 전 검찰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하지 않고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불법 행위를 공모했다"며 "이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한 부분을 작위로 평가해 기소했다"고 답변했다.
이 부장판사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검찰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공소장 변경도 검토해 달라"며 "검찰과 피고인 양측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염두하고 (증인) 신문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현재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검찰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의 공소장 변경 검토를 요청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직접 살인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부작위 살인으로 변경할 경우 형량은 낮아지지만 범죄 입증은 용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이씨와 조씨에게 적용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에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위'라고 한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계곡 살인 사건을 방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공범 A(30)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증인신문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A씨의 증인신문은 다음 달 1일로 미뤄졌다.
보험설계사는 법정에서 "피해자는 총 8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이 설계됐는데 일반적이냐"는 검사 질문에 "일반적이지 않다. 전체적인 계약이 사망 위주인데다 일반적 금액보다 많은 금액으로 가입돼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못 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씨·조씨가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